브라주카는 '뻥축구' 싫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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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축구는 선수 기량 못지않게 어떤 공을 쓰느냐도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패한 한국 대표팀은 패스미스가 잦았다.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를 처음 접한 해외파는 “볼에 적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주카의 어떤 점이 선수들을 애먹인 것일까.

 일본 쓰쿠바(筑波)대 스포츠R&D코어 연구진은 29일 브라주카가 중간 스피드(초속 10~20m) 구간에서 다른 축구공보다 날아가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다. 초속 10~20m는 보통 침투 패스나 크로스를 할 때 속도다. 연구팀은 브라주카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 등 총 5개 축구공의 특징을 비교했다. 그 결과 공 종류에 따라 공력(空力·aerodynamics) 특성이 달라지고, 같은 공이라도 어떻게 놓고 차느냐에 따라 비행 궤적에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축구공 외피를 이루는 조각(panel) 때문이었다.

 전통적인 축구공은 총 32개의 오각형·육각형 조각을 이어 만든다. 이 조각의 이음매(seam) 형태와 길이에 따라 공기 흐름이 달라진다. 이음매가 전혀 없는 ‘완벽한 구(球)’는 항력(抗力)을 많이 받아 날아가는 도중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브라주카는 공인구 사상 가장 적은 6개의 조각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음매 길이는 총 연장 3.32m로 8조각짜리 자블라니(1.98m)보다 1.5배 길었다. 이 때문에 항력을 적게 받아 날아가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공이 상하좌우로 요동치는 정도는 자블라니보다 덜했다. 논문을 쓴 홍성찬(39) 박사는 “짧고 빠른 패스를 잘하는 팀에는 브라주카가 유리하다. 하지만 공 특성에 적응하지 못하면 실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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