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의학적 소견 따라 수술했을 땐|부작용 있어도 처벌 못한다.|대법원서 검찰의 상고기각, 무죄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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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의사가 수술을 잘못하여 환자의 상처가 더욱 커졌을 경우 의사를 상해·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해 대법원은『의사가 자신의 의학적 소견에 따라 시술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내렸다.
수술잘못으로 당사자끼리 티격태격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으나 형사문제화 된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법조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대법원 형사부는 15일 경남 충무시 항남동 197 H정형욋과 의원 원장 정태성 피고인(38)에 대한 상해·사기사건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 원심대로 무죄를 확정했다.
정씨는 75년 4월 골절상을 입고 자기 병원을 찾아 온 어부 김윤옥씨에 대한 수술을 잘못하여 오히려 전치 4개월의 중상을 입혔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76년 10월8일 부산지법통영지원에서 상해·사기죄로 벌금 2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때 검찰은 공소장에서 ▲어로작업 중 왼쪽 정강이뼈가 부러진 김씨가 정씨를 찾아갔을 때는 부상한 지 3개월이나 지난 뒤로 부러진 곳이 이미 저절로 붙어가는 등 상태가 좋았으나 ▲정씨는 X「레이」를 찍은 뒤 수술비를 편취할 목적으로『뼈가 잘 붙어있지 않고 썩어가고 있으니 수술해야 한다』고 김씨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즉 검찰은 ▲정씨는 김씨를 수술할 필요가 없는데도 억지로 뼈 이식수술(오른쪽 앞 골반 뼈를 약간 잘라 정강이뼈에 옮김)을 했으나 상처는 더욱 커졌고 전치4개월) ▲이 수술비 조로 13만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1심인 통영지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 유죄를 선고했으나 2심인 부산지법합의부는 77년11월11일 1심판결을 취소,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합의부는 당시 의학계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김씨는 뼈 이식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으며 피고인 정씨의 수술 방법에는 잘못이 없었다』고 전제하고『의학적 소견에 따라 수술했다가 부작용이 일어났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이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을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부산지법의 판결대로『의사가 자신의 의학적 소견에 따라 치료했다면 설사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상해죄나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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