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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참패는 사생활잡음 훈련으로 극복 못한 당연한 결과|"「타이틀」을 뺏긴 것이 아니라 갖다 바친 꼴" 팬들 실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홍수환의 「타이틀」상실은 사필귀정이라고나 할까. 「챔피언」도 사생활은 있을 수 있지만 「링」을 저버렸을 때 어떠한 결과가 온다는 것을 비참한 현실로 나타낸 것이었다. 홍수환은 4전5기의 신화를 만들었던「카라스키야」전 때나 일본의「가사하라」를 물리쳤을 때의 정신력은 물론 기술의 면모조차 보이지 못했다. 한마디로 「타이틀」을 뺏긴 것이 아니라 헌상했다고 할 수 있다.
홍수환은 작년11월27일「주니어·페더」급 초대「챔피언」으로 탄생한 이래 또 5개월10일만의 단명「챔피언」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는 74년7월4일 WBA「밴텀」급 왕자가 됐었지만 2차 방어전에서「사모라」(멕시코)에게 KO패, 역시 8개월 단명「챔피언」의 쓰라림을 가졌었다. 이처럼「링」의 비정을 피부로 뼈저리게 체험했던 홍수환이 역시 2차 방어전을 넘기지 못한 것은 사생활의 잡음을 훈련으로 극복하지 못한 자승자박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홍수환의 비참한 패배는 한국역대 「챔피언」들인 김기수(1년11개월)·유제두(8개월)·염동균(6개월)의 경우나 그가「밴텀」급 「타이틀」을 잃었을 때와 같은 정보미숙과 세계무대의 넓음을 통감했던 경우와는 판이하다.
홍수환은 한국 유일한 세계「챔피언」이라는 국민적 기대와「롱·런」으로 국위선양 및 생활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을 사생활관리 불철저로 망각하고 만 것이다. 이런 정신력해이는 훈련에 차질을 초래, 시원한 경기를 이끌 수조차 없었다.
「링」의 「챔피언」은 명멸하는 것이고 홍수환도 언젠가는「타이틀」을 자의건 타의건 내놓게 되어있었지만 「카르도나」와의 일전은 치욕적이었다. 잡음 많은「챔피언·타이틀」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했다는 교훈을 주었고 홍수환의 전철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통감이 「링」계에 느껴져야 할 것이다.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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