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정리 안 돼 책임 있는 답변 못해"|KAL기 기장·항법사 귀국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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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일 귀국한 사고KAL기의 기장 김창규씨와 항법사 이근식씨가 김포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내용은 다음과 같다.

<1문1답 내용>
-사고 KAL기가 마지막 교신을 한 지점이 북위 80도10분·서경6도9분 지점이었는데 이것이 정확한 지점인가.
▲김 기장=우리나라와 소련에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므로 조사결과가 나으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사고당시의 정확한 위치는.
▲머리가 정리 안 돼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기 곤란하다. 모든 조사가 끝나면 의문점이 풀릴 것을 확신한다.
-마지막 교신을 한 지난달 21일 상오1시51분부터 소련기가 나타난 3시50분까지 2시간동안 통신이 불가능했는지.
▲항법사의 소관인데 이 사람(항법사)도 머리가 정리되지 않아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폴러·루트」는 「앵커리 한지」쪽으로 갈수록 밝아지는데 바깥날씨를 보고 항로이탈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나?
▲이 항법사=계절에 따라 해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무르만스크」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지는 상태였다.
-항로이탈을 조기발견 못한 이유는.
▲조기발견 못했다는 말엔 어폐가 있다. 조기발견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개입되는데 이에 관한 것은「블랙·박스」가 밝혀주게 될 것이다.
-조종실에는 누가 있었는가.
▲김 기장=조종실에는 「파리」를 떠날 때부터 착륙시까지 시종 기장을 비롯, 부기장·항법사·「엔지니어」등 조종승무원 4명이 있었다.
-조종실에서 「포커·게임」을 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코펜하겐」에서 신문에 「포커」했다는 보도를 보고 분개했다.
모든 승무원이 도착시까지 각자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포커·게임」따위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터무니없는 보도다.
-기장은 요격 당하기 전에 모든 계기의 고장유무를 항법사나 「엔지니어」로부터 보고 받았는가.
▲그때까지는 항로를 따라 정상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계기에 나타나 있었다.
다만 소련전투기를 본 순간 소련영공을 날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이 문제는 전문가의 조사결과로 밝혀질 것이다.
-기내 「레이다」로 외부근접비행물체를 포착 못하는가.
▲이 항법사=기내「레이다」는 기상「레이다」이므로 비행물체포착은 무리다.
-피격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라.
▲김 기장=모든 승무원이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식사시간임을 연락 받는 순간 부기장으로부터 전투기가 우측에 출현했다는 보고를 받고 우선「마크」의 붉은 별을 보고 소련영공을 비행중임을 알았다. 국제공통비상주파수로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이 전투기는 사라졌다. 항로이탈을 확인, 고도를 낮추어 우리 비행기의 의도를 알려 주려했으나 그 순간 폭음과 함께 기체가 요동을 시작했다. 그 후의 상황은 이미 밝혀 보도된 대로다.
-소련전투기의 유도신호를 받았는가. 받았다면 왜 따르지 않았는가.
▲「블랙·박스」에 증거가 남아있다.
-항로이탈 사실은 언제 알았나.
▲이 항법사=그 문제도 「블랙·박스」가 밝혀줄 것이다. 「블랙·박스」외에도 운항일지·작업기록「데이터」등 모든 증거물이 소련에 압수되어 그 내용을 복사해오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소련당국이「블랙·박스」를 보내주지 않을 경우에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수 있겠는가.
▲「블랙·박스」가 없더라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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