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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중재센터도 2~3년 내 궤도에 오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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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제상업회의소(ICC)의 판정문은 140개 나라에서 집행이 가능한 국제 판결문입니다.”

 2009년부터 ICC 국제중재법원의 수장으로 일하고 있는 존 비치(62·사진) 법원장은 지난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ICC는 국적이 다른 기업 간의 상거래 분쟁을 해결하는 국제중재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매년 700~800건의 국제중재절차가 제기된다. 현재 계류 중인 사건수만 1500건이 넘는다. 비치 법원장은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한 안전장치가 있다”는 점을 성장 비결로 꼽았다.

그는 “다른 국제중재기관과는 달리 ICC는 중재재판부가 판정문 초안을 쓰면 상임위원회 등이 절차적 결함은 없는지, 공정한 판정이 이뤄졌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비치 법원장은 지난 20~21일 서울국제중재센터에서 열린 ICC 아시아태평양 연례회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옥스포드대를 졸업한 그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부의장, 미국중재협회(AAA) 이사회 임원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에서 연례회의를 열었다.

 “올해 4년째인 연례회의는 아시아와 미국에서 번갈아 개최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홍콩 다음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이 그만큼 중요한 중재시장으로 도약했다는 의미다. 올해 회의에서는 서구와 아시아의 문화적 차이가 중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등을 중점 논의했다.”

 - 회의장으로 사용된 서울 국제중재센터는 지난해 개소했다. 사용해 보니 어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중재센터는 대개 처음에는 잘 가동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2~3년 내로 대부분 궤도에 올랐다. 서울 국제중재센터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국제중재 사건 처리에 있어서 무형적 장점이 많다. 좋은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고 중국처럼 자국의 중재기관을 같이 사용해야 한다는 제한도 없다. 정치적, 법률적 상황도 안정적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조만간 자리를 잡을 것이다.”

 - 한국 로펌의 중재역량을 평가한다면.

 “10년 전에 비해 비약적 성장을 했다. 국제적 명망을 얻고 있다. 외국 로펌과의 협업 없이 단독으로 대형 국제중재사건을 수행할 수 있는 로펌들이 등장했다. 김앤장, 태평양 등 선도적인 로펌들은 국제중재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 한국 로펌들이 개선해야 될 점은.

 “지금처럼만 해라. 덧붙여 한국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돼 외국로펌들이 쏟아져 들어올 때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결국에는 외국 로펌들과의 경쟁을 통해 한국 로펌들의 국제중재 분야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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