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다각 개발·혁신 영농을 위한 시리즈-유실수 호두나무(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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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호두는 산에서 나는 곡과류 중 가장 영양가가 높고 용도가 다양한 수종이다.
호두 1백g의 열량은 6백26「칼로리」로 쇠고기의 4배, 쌀의 2배가되며 지방·단백질· 「칼슘」 등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모유에 가까운 완벽한 식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다른 식품에 부족하기 쉬운 「칼슘」을 듬뿍 갖고 있어 우유의 13배, 계란의 4배, 뱀장어의 2배나 된다.

<자양 강장·약재로도>
지방질이 풍부해 유지 자원으로 큰 몫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풍미의 단백질 때문에 각 국에서 고급 기호식품으로 인기가 높으며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자양 강장제·대용 식량으로 권장되어 왔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는 「생명의 나무」, 혹은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연금의 나무」로 일컫는다.
호두는 이밖에 혈압 강하·지해·탈모 방지·피부병에 효험이 큰 약재로 쓰여 왔고 최근에는 화장품, 원료 껍질은 기계 연마제 등으로 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용도가 넓고 식품으로서 가치가 크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시장 전망도 밝다.
이웃 일본만 해도 연간 수요량은 4천5백t인데 자체 생산량은 1천5백t정도에 그쳐 모자라는 양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수요는 늘어나는데 비해 생산량은 연간 4백여t에 그쳐 다른 과실에 비해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수익성이 좋아 단보당 연평균 15만5천원의 순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밖에 호두는 우리 기후 풍토에 알맞고 공지·경사지 등 일반 작물을 심을 수 없는 곳에 식재할 수 있으며 재배가 간단하고 수확에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과실을 딸 때는 장대에 갈고리를 달아 흔들면 되므로 사과나 복숭아를 딸 때 필요한 노동력의 7분의1이면 족하다.
수확한 과실의 저장이 용이하기 때문에 시장 동향을 보아 유리한 시세에 팔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그러나 호두는 영양가 높은 열매를 매년 결실하므로 지력 요구도가 높으며 따라서 비료를 많이 주지 않으면 안된다.

<비료 요구도 높아>
호두의 비료 요구량은 사과와 비교할 때 질소가 5배, 인산 5배, 가리 6배, 「칼슘」은 13배가된다는 것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
호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피되 개화 시기가 서로 달라 수분이 어렵다는 것. 따라서 다른 나무를 수분수로 혼식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 재배가 필요하다.
호두나무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44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새로운 품종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임목 육종 연구소에서 개발된 품종으로는 만춘, 청향, 요령, 신령 등이 우수 품종으로 꼽힌다.
호두나무는 상해에 약하므로 무상 기일이 1백60일 이상 되어야 하는 반면 휴면 중의 저온 요구도가 높아 섭씨 영하7도 이하의 기온이 1천5백 시간 이상 되어야 하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가 뚜렷한 온대가 적지다.
다만 표고8백m∼9백m가 한계이므로 경기 강원 충청도의 고산지대에는 적합치 않다.
토양은 공기 유통이 잘 되고 보수력이 좋은 약산성의 사질 양토가 적합하며 뿌리가 심근성이므로 토심이 1.5m∼2m이상 되는 곳이라야 한다.

<접목묘를 사서 쓰도록>
생육에 필요한 수분의 50%를 개화기 이후부터 과실이 비육되는 8월까지 2개월간 집중적으로 흡수하므로 이기간에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해주어야 한다.
묘목은 접목의 활착율이 좋지 못해 다소 값이 비싸지만 접목묘를 사서 쓰는 것이 좋다.
실생묘는 과실이 고르지 못해 상품 가치가 떨어지고 결실기간이 긴 단점이 있다.
묘목을 심을 때는 직경 2m 깊이1m정도로 구덩이를 넓고 깊게 파고 퇴비 7㎏, 금비35g과 소량의 석회를 시비한 후 식재해야 한다.
교목성이므로 수관이 크고 뿌리의 신장력이 강한 만큼 식재 거리는 9∼13m로 띄어 심는 것이 좋은데 대체로 단보당 7∼8그루를 표준으로 한다.
그러나 재대로 과실이 열리자면 10∼12년이 걸리므로 그 기간 동안 땅을 놀릴 필요 없이 결실이 빠른 복숭아·사과나무를 사이사이에 심어 수확을 보다가 벌채 하든가 다른 과수처럼 단보당 33그루 정도로 밀식했다가 조기 수확을 본 후 7∼8그루만 남기고 간벌하는 방법도 있다.
땅이 척박한 곳에는 20그루를 심었다가 15∼20년 후에 10그루 정도로 줄이는 게 좋다.
가지치기는 식재된 묘목을 지상 60㎝내외에서 끊고 새가지를 발육시켜 변칙 주간형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
전정 시기는 낙엽진 후 초겨울부터 다음해 잎이 피기 직전까지 할 수 있으나 2월 중순부터 3윌 초순까지가 좋다.
호두는 영양가 높은 고급 식품으로 밤나무보다 2배, 미작보다 2.8배의 수익성이 보강돼 있는데도 인식 부족으로 아직 과수원 규모를 갖춘 곳이 없고 용인 자연 농원이 산지에 집단 재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산지를 생산녹지로 바꾸는 것이 절실한 우리 여건을 감안할 때 경사가 다소 심한 산지에서도 잘 자라고 국민의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는 호두나무는 정부가 앞장서 널리 권장할 만한 수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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