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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내강산<9>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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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삼국통일의 위업과 신라천년사직의 꽃을 피운 고도-경주시가 옛모습을 되찾고 있다.
기마에 올라 남산을 오르내리며 천하를 호령하던 화랑들의 기백이 얼룩진 서라벌.
천년의 시공을 넘어 이어지는 신라의 영화와 조상의 슬기가 후손들의 손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81연말에 마무리>
『똑딱·똑딱- 어기영차 어기영차』-. 돌을 쪼는 징소리가 훈훈한 봄바람을 타고 고을에 메아리지고 선인들의 일을 되살리느라 여념이 없는 석공들의 이마에 구슬땀이 맺힌다.
왕실의 천년애화가 서린 안압지에서는 고증에 따라 조심스럽게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황룡사옛터에서는 문화재위원들이 3년째 발굴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초가집과 판잣집이 게딱지처럼 들어서 있던 불국로와 관광도로변은 고도의 향취를 듬뿍 풍기는 한식 골기와집으로 단장됐다.
특히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한식 골기와 대문. 높이1m40cm의 중후한 담장과 함께 조화미를 불러일으키는 이 대문은 경주에서만 볼수 있는 특유한 형태다.
경주시가 사적지정비사업과 관광도시 조성작업을 벌이기 시각한것은 72년부터였다.
정부12개 부처가 참여한 이 대대적 복원·정화사업은 10개년계획으로 모두 1천1백64억1천만원(정부투자 6백84억6천6백만원·민간투자 4백79억4천4백만원)을 들여 81년말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당초 경주를 웅대·찬란·정교·활달·진취·여유·우아·유현의 감이 되살아 날수있도록 재개발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
이에 따라 72년부터 76년까지를 유적정비제1차5개년 기간으로 잡고 불국사. 석굴암을 포함한 토함산지구·무열왕능지구·미추왕전지구·남산지구·김유신장군묘등을 정학한데 이어 단위사업으로 경주박물관을 신축했다.
또 삼국통일 위인전이 장엄한 모습으로 새로 지어졌고 신라호국사찰인 불국사가 고색창연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생활용구도 발굴
단워문화재 27점가운데 창림사터의 3층석탑을 비롯, 구정동방형분등 18점이 보수·복원됐다
사적지정비사업가운데 장관을 이룬것은 천마총(1백55호고분)과 황남대총(98호고분)의 발굴.
신라고분의 묘제와 축조연대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됐고 무덤안을 일반에 공게, 신비의 「배일」을 벗겼다.
고분공원조성에 따른 도로망개선과 2백여기의 크고 작은 폐분 발굴사업으로 시가지발전이 가속화되었고 l만5천여점의 각송유물이 빛을 보게 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2단계 5개년사업기간중 중점적으로 보수·정화될 대상은 안압지를 중심한 월성지구와, 황룡사지구.
안압지정비사업은 74년 기초조사에 들어 갔던 계속사업으로 그동안의 작업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정화사업에 착수케 된 것.
조사단은 3년동안 발굴조사끝에 문무왕14년 축조당시의 궁궐 형태·배치·규모를 확인했고 동양최고·로 연못축조방법·조경상태를 파악했다.
또 고분이나 절터에서 쉽사리 발견되지 않은 귀중한 생활용구도 무더기로 발굴, 당시의 생활모습을 구명하는데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복원·정화사업은 우선 연못 호안석축과 건물지·기단을 다시 만들고 연못둘레와 연못안 무산12봉에 갖가지 기화요초를 심어 축초당시의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로 했다.
황룡사지구에 대한 발굴조사는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황룡사9층 목탑의 복원설계도를 만들어 높이68m의 목탑을 본래의 모습으로 재현기로 했다.
81년까지 제2모형 석굴암을 건립하고 신라촌을 건설하면 국내최대의 역사도시는 1천여년만에 찬란한 옛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도로도 사통팔달>
현재 공정은 42%. 경주시 곳곳에 흩어져있는 국보28을 비롯해 보물34점, 사적63점, 사적및 명승5점, 천연기념물3점, 지방문화재63점등 1백96점의 각종 문화재가 절반이상 복원·정화된 셈이다.
대백산 준령이 작은 산맥으로 바뀌면서 동으로 명활산(해발6백50m), 서로는 옥녀봉(4백m), 남으로 남산(6백40m),북으로는 소금강산(7백60m)이 명풍처럼 둘러져 있는 한가운데 분지.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새롭게 단장되어 세계유수의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경주시에 관광객의 물결이 출렁인다.
반월성을 휘감으며 흐르는 서천과 남천·문천이 경주시의 젖줄. 예로부터 기후가 좋고 인심이 순후해서 농사일이 성했던 이 고장은 언제부턴가 관광 「달러」가 뿌려지기 시작하면서 몰라보게 변했다.
바둑판처럼 쪼개진 도시계획, 왕능앞까지 훤하게 도로가 뚫리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시가지는 이른바 「아스팔트」왕국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
관광개발과 「달러」획득에 연연한 나머지 고고하고 은은한 맛과 멋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고도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불국동·황남동등 시외곽지역 5개동을 한식가옥지역으로 묶어 건축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고증 소홀한 느낌">
이 지역에서 신축되는 건물은 시에서 마련한 표준건물로 짓도록규제한 것. 검정색 골기와 집에 골기와 대문을 달아야하고 담장높이는 1m40cm로 제한했으며 건축재료는 나무를 많이 쓰도록했다. 이래서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한옥신축건물은 현재 2백동에 이르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내국인 2백98만3천명과 외국인 15만4천명등 모두 2백98만7천여명으로 관광수입은 6억7천만원에 이르렀다.
봄· 가을의 본격적인 관광 「시즌」에는 하루평균 10만명 이상이 몰려들고 있으나 숙박시설은「호텔」7개, 여관·여인숙 1백33개에 객실이 2천27개 뿐으로 태반이 포항·울산등지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
경주시는 숙박시설과 교통난을 풀기위해 관계당국의 협조를 얻어 올해에 「호텔」3개를 신축하고 오는 6월1일부터 서울∼경주간 새마을호를 개통하는 한편 4월1일부터 서울∼경주, 대구∼경주간고속「버스」노선을 5회씩 늘렸다.
『경주시가 천년고도의 면모를 되찾는 것은 기쁜일입니다. 그러나 너무 관광개발에만 힘쓴 결과 그때 그 모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감이 들어 서글픕니다』 -.
향토조각가 윤경렬씨 (63)는 좀더 정확한 고증을 거쳐 신중한 복원·정화사업을 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김태균 기자
사진 김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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