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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아이들, 세상의 빛으로 키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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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창시절 달고 살았던 문제아 꼬리표는 사회의 모범생으로 거듭나는 원동력이 됐다. 27일 여성가족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는 이강래(60·사진) 원광대 경영학부 교수 얘기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서투른 틀에 적응을 못 해 ‘문제 아닌 문제아’가 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1997년 광주광역시에 문을 연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인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은 그가 주도해 세운 것이다. 지금까지 2000여 명의 청소년이 이곳을 거쳐갔다. 이 교수는 2011년 제2회 ‘홍진기 창조인상’ 사회부문 수상자다.

 그는 자신을 소위 ‘문제아’로 분류한다. 광주상고 재학 시절엔 ‘신을 찾겠다’고 200여 일간 무단 결석을 했다. 뒤늦게 조선대 회계학과에 입학하지만 2년 뒤 지명수배자로 도피생활을 하는 신세가 됐다. 80년 조선대 총학생회장에 당선이 되면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혐의를 받은 것이다. 옥고를 치르고 나오자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전북 익산의 원광대로부터 편입학 제안을 받았다. 이 후 학교를 착실하게 다녔지만 취업은 역부족이었다.

 그의 눈에 ‘위기 청소년’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원광대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였다. “저도 학업에 흥미가 없었던 청년시절이 있었지만 지금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에 이르렀잖아요. 누군가는 이 아이들을 잡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죠.”

 민주화운동을 함께했던 선후배들을 찾아 나섰다. 85년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맥지회’(麥志會)를 만들었다. 이 교수를 비롯해 회원들이 모은 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으로 97년 사단법인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이 출범했다.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은 ‘중장기쉼터’를 운영하면서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보듬고 대안학교인 ‘도시속참사람학교’를 만들어 정규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품는다. 교육 목표는 ‘최혜자’(最惠者·가장 많이 베푸는 사람이 가장 값진 것을 얻는다) 정신이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나누고 베푸려고 마음먹는다면 더 이상 문제아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아이들이 다양한 끼를 발견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00년부터 개최해 온 ‘한국청소년영화제’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정치적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대안교육을 통해 민주화운동의 명맥을 이어왔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맥지회가 무등산 아래 구입해 둔 4만㎡(1만여 평) 부지를 ‘위기청소년 밸리(valley)’로 가꿔나가는 게 그의 다음 목표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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