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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사립교원 연금법』의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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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5년 이전부터 사립학교에 계속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들은 일제히 74년12월31일자로 퇴직했다가 75년1월1일 다시 재임명을 받았다』면 약간 어리둥절할 일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퇴직을 했다면 퇴직금은 어찌됐을까. 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당시의 평균임금으로 산정해 그 돈은 그 당시 지급한 것이 아니고 해당교직원이 현실적으로 학교를 떠나는 날(퇴직일)에 받도록 됐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10년간 한 학교(사립)에 근무하던 선생님이 앞으로 10년 후에 이 학교를 물러난다고 가정하자.

<실제퇴직 때 지급>
20년간의 퇴직금은 두 가지로 나뉘어 지급된다. 하나는 74년12월31일을 기준으로 이때의 평균임금과 그 동안의 근속연수를 따져서 받는 것과, 또 하나는 75년1월1일 이후 사립교원 연금법에 의한 계산으로 받게 될 것이다.
75년1월1일부터 시행된 사립교원 연금법에 따라 이같은 문제가 대두됐다.
대한교육연합회는 금년들어 이 문제 때문에 큰 골치를 앓고있다. 그동안 법원에 계류 중이던 사립교원에 대한 퇴직금소송이 대법원에 의해 최종판결을 받은 때문이다. 우선 소송내용을 살펴보자.
서울중동고교에 재직하던 2명의 교사가 76년2월29일과 3월8일 각각 퇴직한 후 퇴직금을 청구하자 학교측은 연금법시행 이전까지의 퇴직금을 74년12월 당시의 임금으로 계산해 지급한 것.
그러나 이들 퇴직교사들은 퇴직일이 76년3월과 2월인 관계로 이때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자 학교측은 교사들을 상대로 채권부존재(채권부존재) 확인소승을 제기한 것.
즉 학교측이 74년12월말까지는 그때의 임금으로 퇴직금을 계산하겠다는데 대해 교사들은 퇴직당시의 임금으로 계산해 달라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소송결과는 1심에서는 교사들이 승소, 「실제로 퇴직했을 당시의 임금으로 퇴직금을 계산해야한다」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항소심에서는 뒤집혀 학교측이 승소, 「74년12월을 기준으로 계산할 것」으로 판결돼 결국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지난2월28일의 대법원판결은 학교측의 주장(2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74년12월31일까지의 퇴직금 산정은 12월31일 이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결국 연금법시행 이전부터 근무해온 사립교원들에 대한 74년12월31일 이전의 퇴직금은 당시의 임금을 근거로 계산될 수밖에 없게됐다.

<법원판결도 상반>
문제는 이같은 말썽이 왜 일어나게 됐느냐 하는데 있다.
사립학교 교원연금법 31조1항과 동법 부칙2조가 상충되는 해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빚어졌다. 31조1항은 『이 법에 의한 급여의 계산에 있어서의 교원의 재직기간은 교원으로 임용된 날이 속하는 달로부터 퇴직 또는 사망한 날이 속하는 달까지의 연월수에 의한다』고 한 반면 부칙2조(재직자에 대한 경과조치)는 『75년1월1일 현재 재직중인 교원은 제31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75년1월1일에 임명된 것으로 본다』고 돼있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까지도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중동고의 소송에서 항소심판결이 부칙2조를 받아들여 『75년1월1일 임명된 것으로 본다』 고 판결(77년12월15일)한 것과는 달리 똑같은 내용의 소송인 정신여고 사건항소심(78년2윌15일)은 『부칙2조의 규정은 재직기간의 계산 및 기산점을 원칙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고 74년12월31일에 퇴직한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은 아니고… 다만 같은 조에 규정하는 바가 이행되는 경우에는 사립학교 교원연금법의 재직기간을 소급해 산정하는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74년12월31일 퇴직했다고는 볼 수 없고 실제로 위 학교를 그만둔 날 비로소 퇴직된 것이라 할 것이다』라고 판결, 앞서 중동고의 사건과는 의견을 달리했다.

<미리 준 학교도>
이와는 별도로 대한교련은 법 해석의 문제로 관계기관에 질의한 적이 있었다. 노동청과 문교부는 각각 이 문제에 관해 『퇴직금의 산정은 실제 퇴직일시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에 의해 지급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노동청은 이같은 내용을 각 지방사무소 근로기준 담당관에게 통보(76년10월27일)하기도 했다.
법 해석을 둘러싸고 어리둥절한 가운데 각 사립학교에서는 교사들과 재단사이에 심심찮게 분쟁을 일으켜 왔다.
법이 제정 시행된 후 서울의 서강대는 전 교원들에게 깨끗이 퇴직금을 지급해 말썽의 소지를 없앴고 이화대 등에서는 법과 관계없이 퇴직한 날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출한다는 자체규약을 만들었다. 또 서울의 숭문고에서도 법 시행당시를 기준으로 한 퇴직금을 주었거나 은행에 적립해 놓는 형식으로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경북의 일부 사립교원들은 재단측에 내용증명을 띄워 74년말의 퇴직금 계산에 관한 질의를 내는가 하면 어차피 74년의 월급으로 법정이자도 없이 뒤늦게 받을 바에야 빨리 받는 게 낫다며 퇴직금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이고 있다.
교련에 따르면 77년말 현재 사립학교 교직원들은 서무직원까지 합해 8만3천4백70명. 대략 70%가량인 6만여명에 달하는 3년 이상 근속사립교원들이 이같은 퇴직금 손해를 입게됐다고 교련측은 밝히고있다.

<법개정·보완 건의>
실제로 서울의 B여고·P여고 등에서는 지금까지 이 시한에 걸린 퇴직교사들에게 퇴직당시의 봉급대로 퇴직금을 주어오던 방침까지 바꾸어 교사들로부터 항의를 받고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만일 사립학교 교원이 74년12월31일자로 사실상 퇴직한 것으로 간주한다면 임금채권의 시효(3년)가 77년12월31일자로 끝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연금법시행 이전의 재직기간에 대해서는 일체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그래서 교련은 또다시 관계 요로에 건의서를 보내 실제로 퇴직하는 날의 임금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개정 및 보완문제를 촉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물가가 폭등하는데 74년말의 임금 7만∼8만원으로 계산된 퇴직금을 앞으로 몇년 후에 받는다면 하룻저녁 술값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뭔가 일이 잘못돼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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