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범죄의 온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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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범죄박멸 78작전』 -RTV와 TVB등 「홍콩」의 TV방송국이 연초부터 벌이고 있는 범죄추방 「캠페인」이다. 「홍콩」 중심가의 은행과 보석상 앞에는 무장한 청원경찰이 눈을 부라리며 츌출자를 감시하고 길목마다 권총과 무전기를 휴대한 2인조 순찰 경관이 지켜서 있는 모습에서 「홍콩」의 어두운 면을 느낄수 있다.
전세계적인 추세인 탓인지 「홍콩」에서도 청소년 범죄가 늘고 그 질로 날로 집단화·흉악화 해가고 있다. 71년이래 범죄발생율은 연평균 11%꼴로 증가되어 지난해에는 6만3천여건의 각종 범죄가 일어났다. 신문사회면을 보면 어느날이건 강력사건이 안터지는 날이 없다. 범죄사건의 40% 정도는 강력사건인데 강간이 8백50여건, 흉기에 의한 공갈및 협박사건이 4천8백어건이나 되며 소때치기 사건은 1천2백여건. 「홍콩」경찰에 신고된 건수가 이정도고 보면 신고하지 않은 사건을 합치면 더욱 늘어난다.
「코리아·센터」에서 선물가게를 열고 있는 어느 한국인은 『강도를 만나거든 가진 돈을 모두 털려야만 목숨이라도 건진다』고 했다.
한때는 빨간 지페1장(1백 「홍콩·달러」, 한화1만원)이면 화를 면할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것가지고는 어림없다는 얘기다.
목숨값도 「인플레」가 됐는지 적어도 5백 「홍콩·달러」쯤은 내놓고 빌어야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침입강도라도 만나게 되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그리고 정중하게 모셔야 총질을 모면하는 판국이다. 작년 여름 어느 중국인 여자는 강도에게 내줄 돈이 없어 대신 수장당했다.
「홍콩」의 강도들은 총이나 칼을 잘 쓴다.
「홍콩」은 바닥이 좁기 때문에 고층 「빌딩」이 많다.
고층 「빌딩」의 「엘리베이터」 안에는 예외없이 페쇄회로 TV「카메라」가 장치돼 있고 중앙통제실에서 감시하고 있다.
강도예방대책의 하나다. 작년말 만원「엘리베이터」에서 저명한 변호사는 칼을 들이댄 강도에게 주머니돈을 모두 털렸다. 그러나 중앙통제실로부터 아무런 구원의 손길이 없었다.
다른 승객들도 겁에 질려 떨기만 했을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나. 범인이 누구인지를 뻔히 알지만 보복이 두려워 모른체하는 것이다. 이같은 풍조는 신고기피 현상과도 통한다. 강도를 만나 경찰에 신고해봤자 별볼일이 없다는 얘기다.
얼마전 「코리아·센터」 1층 고려인삼 판매점은 인삼 5백만원어치를 털렸다. 「가스」사용 점검반을 빙자한 강도들이 들이닥쳐 수위를 꽁꽁 묶어놓고 유유히 일을 치렀다. 「가스」나 전기검침원을 사칭하는 「아파트」털이는 아주 흔하다. 그래서 「아파트」마다 출입문에는 철제 덧문을해달고 그래도 마음을 놓을수가 없어 자물쇠장치를 3개 이상 하는 것이 보통이다.
「홍콩」에서는 소매치기를 「배수」 (배수)라고 한다. 이들의 단골은 일본인 관광객. 1백명중 4명은 당한다는 통계가 있다.또 한국인도 심심챦게 당한다. 소매치기들은 불룩한 「쇼핑백」을 두서너개씩 들고 이가게 저가게를 기웃거리는 관광객을 노린다. 그들에게는 『나는 부자다』라고 광고 하는것.
경찰도 가끔 강도들에게 당한다. 관광명소를 순찰하던 경찰이 집단 습격을 받아 권총을 빼앗기고 경찰관 숙소에 도둑이 들어 총기를 몽땅 훔쳐간 경우도 있었다는것.
유괴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부잣집 자녀를 유괴하거나 저명인사를 납치하여 몸값을 받아내는데 이때문에 외국인 VIP들은 「홍콩」 방문을 꺼리고 방문하더라도 특급「호텔」안에 경호를 받으며 불안하게 지내기가 일쑤다.
미국 「달러」의 위조사건도 골칫거리중의 하나다.
1백「달러」짜리 고액권을 위조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때문에 은행은 물론 웬만한 상점에서는 위페식별기를 두고 있다.
손전등 크기만한 서독제 위페식별기는 위페일 경우 불이 안들어오게 되어 있어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얼마전 어느 중국인이 꾼돈을 갚기 위해 채권자를 찾아가다 「버스」 안에서 강도의 칼에 찔려 숨졌으나 승객들은 모두 못본체 했다.
동방일보는 이사태를 개탄하면서 시민들이 단결하여 범죄추방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TV와 신문, 그리고 경찰이 아무리 범죄추방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자유무역항 「홍콩」의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홍콩=이경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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