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를 어렵게 하는 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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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택은 의식과 더불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수요로서 수급균형과 가격안정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에서는 그동안의 경제개발에 비해서 주택부문 투자가 매우 부진했고 때문에 주택부족이 매우 심각한 형편이다.
그 위에 도시화·핵가족화의 진전에 따라 신규주택 수요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에 있다.
이미 나타난 주택부족에다 신규수요와 또 소득향상에 수반한 주생활 향상욕구까지 감안할 때 주택의 안정적 대량공급은 매우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과제로서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건축자재의 품귀 및 가격상승과 건축인력의 부족 때문에 집짓기가 더 어려워지고 집값도 크게 뛰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가 급등도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
집값을 올리는 것은 이런 코스트·푸시 외에 과잉유동성도 큰몫을 한다. 코스트·푸시와 과잉유동성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집값을 높이고 있는데 그 근원을 따지면 같은 곳으로 귀결된다.
중동을 비롯한 급격한 해외진출이 그 주인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중동 붐에 편승한 외화수입의 급증은 국제수지 개선엔 큰 기여를 했으나 새 사태에 대응할 국내정책조정이 미흡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여러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인력·자재의 해외진출로 국내수급이 핍박해져 물가와 노임을 크게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1년 동안 건축자재는 대개 30∼40%씩 올랐으며 최고 2배도 더 넘게 오른 것도 있다. 건축노임도 40%정도 올랐다.
최근 들어 크고 작은 건축공사 치고 건축인력과 자재의 부족을 호소하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그 위에 외화수입의 급증은 그대로 통화증발로 연결되어 환물투기의 큰 요인이 되고있다.
1∼2년 사이에 집값은 보통 50∼80%가 올랐다. 이런 집값의 상승이 단기적으론 건축경기에 다소 자극제가 될지 모르나 지금 가장 긴급한 주택의 안정적 대량공급엔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오히려 주택부족을 더욱 부채질할 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집 없는 사람이 집 갖기는 더 힘들게 된 것이다.
불과 l∼2년 전만 해도 소규모주택을 5백만∼6백만원 정도면 마련할 수 있었으나 이젠 웬만하면 1천만원을 호가한다. 소득과 주택가격과의 상대적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중동경기로 국제수지도 좋아지고 1인당 GNP도 높아졌지만 인간생활의 기본수요인 주택값이 이토록 올라서는 중동진출이 과연 무엇 때문이냐 하는 의문이 나올 만도 하다. 소득이 높아져도 집값 등이 더 높아지면 높아진 소득도 별 의미가 없어진다.
달러를 벌기위한 인력·자재의 급격한 유출 때문에 국내에서 빚어지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 깊이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랜 국제수지의 적자기조 때문에 어떻든 달러를 버는 데만 주력하고 있으나 이젠 국내균형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을 새로이 해야할 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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