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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힘겨루기 아닌 논리로 풀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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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30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최저임금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리지만 최저임금 결정은 매년 6월 노·사·정이 서로의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맞부딪힌다. 더구나 올해 최저임금 결정전에는 다양한 관전 포인트들이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 있다. 통상임금의 문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휴일근로의 초과근로 산입 여부,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의 개선,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 등이 그것이다. 모두 당사자들에게 피아가 잘 구분되지 않겠지만 최저임금의 결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결정에 매년 노사의 갈등이 지속되는 이유는 최저임금이 빈곤 감소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노사의 인식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올해에는 통상임금과 노동소득분배율 문제가 최저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결승전에서 격돌할 것으로 여겨진다.

먼저 최저임금이 빈곤을 감소시키느냐의 여부부터 살펴보자. 결론적으로 말해 이 효과에 대해선 ‘일부 가능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가운데 실제 빈곤계층의 비중은 약 3분의 1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분들이 모두 빈곤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둘째, 최저임금이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는 이론적이나 실증적으로 결론 내리기 쉽지 않다. 최근 미국에선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별로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연방 최저임금의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과 달리 최저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취약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대기업)에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집중 고용돼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고용돼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은 영세 사업장에 집중 고용된 우리나라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상임금의 논쟁과 관련해 통상임금의 범위가 바뀐다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도 바뀔 수 있다. 그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의 국제 비교에 사용되는 근로자 전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즉 통상임금의 범위에 정액급여와 고정적인 수당 이외에 기타 수당과 상여금 등이 포함된다면 분모인 전체 중위임금의 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기존엔 포함되지 않았던 교통비, 식대, 기숙사비 등을 최저임금 항목에 포함시킨다면 분자인 최저임금의 절대수준이 상승할 수도 있다.

끝으로 최근 전 세계적인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추이와 최저임금과의 관계다.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은 기본적으로 자본에 비해 노동에 귀속되는 대가가 줄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그 해법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최근 최저임금의 상승은 노동소득분배율과 별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OECD의 연구에선 최저임금의 상승이 오히려 취약계층의 고용을 기계(자본)로 대체하는 현상을 발생시킨다는 해석이 있으니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통상임금의 논쟁을 계기로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임금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통상 최저임금의 수준이 근로자 전체 중위임금의 50%를 웃돌면 취약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수준을 단계적으로 중위임금 50%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조정된 최저임금을 바탕으로 그 이후에는 물가수준과 경제성장률, 실업자의 비중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일정한 공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편 근로자의 빈곤이 문제 된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확대 개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근로자가 일을 하면 빈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취약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노동소득분배를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저임금의 결정 과정이 이처럼 개선된다면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분란만 조장하며 연례행사처럼 재방송되는 노사의 다툼을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유경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현재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전공은 고용과 노동. 저서는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축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비정규직 문제 종합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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