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2년 전과 공기 달라…확! 바꿉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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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23일 수성구 범어 네거리에서 차량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여야가 이례적인 격전을 펼치고 있는 대구. 중앙SUNDAY는 바닥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와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각각 하루씩 동행해 봤다.
둘의 동선에선 대구의 민낯도 엿볼 수 있었다.

김부겸과 함께 뛴 하루

22일 아침 7시, 김 후보는 충혼탑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 첫날을 시작했다. 테마를 ‘안전’으로 잡고, 거리 유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건하게 접근하겠다는 취지였다.

7시50분,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공식 출정식을 가졌다. “잃어버린 대구의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산업화의 중심지에서 야권 후보를 뽑아 민주화 세력과 결합하는 역사적 화해를 이룩하자”고 했다. “대구 한번 확! 바꿉시다”에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혁명, 대구 부활”의 구호가 나왔다.

이 역은 11년 전 대구지하철 참사가 벌어진 곳이다. 출정식엔 일부 유족도 참석했다. 김 후보를 붙잡고 눈물을 쏟아내며 억울함을 표했다. “유가족을 고발하는 시장이 어디 있습니까. 악마 같은 행정에 우리의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김 후보는 유족을 꼭 껴안았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대곡역까지 갔다. 출근하는 시민과 가벼운 대화도 했다. 이후 연장구간 공사현장을 직접 찾았다. 안전모를 쓰고 지하까지 내려갔다.

10시30분 김해 허씨 종친회 임원회의장, 11시20분 학산 복지관과 월성 복지관을 차례로 찾았다. 그를 썩 내켜하지 않는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복지관의 공기는 싸늘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넉살 있게 대했다. “할매, 손 한번 잡아 주이소”라며 명함을 건넸다. 영락없는 옆집 아저씨 모드였다. 김 후보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내가 꼭 눈 마주치며 명함을 드린다”고 했다. “2년 전 국회의원 선거 때에 비해 대하는 시민들 공기가 딴판이다. 악수하는 손길이 다르다”고도 했다.

12시 달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찾았다. 한 지역을 30분 이상 머무르지 않았다. 짧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동해 최대의 효과를 얻느냐가 선거운동의 핵심이다. 점심은 센터 직원들과 국수를 먹었다.

오후 일정은 2시 건들바위 네거리가 시작이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이 모노레일이라 안전상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아 점검한다는 차원이었다. 현장엔 1시30분에 도착, 시간이 조금 남았다. 차 안에서 쪽잠을 청했다.

3시 선거사무실에 들렀다. 대구 사회인 야구, 의료지구보상문제 등 6팀의 면담이 기다리고 있었다. 4시15분 다시 사무실에서 나와 북구 산격동 대구 엑스코를 찾았다. 차(茶) 박람회에 찾아와 달라는 초대가 있었다. 박람회장에서 명함을 돌리다 “선거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경비 업체의 제지를 받았다. 스타일을 구긴 채 5분 만에 행사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저녁엔 우봉아트홀, 한국재활음악치료학회를 찾았다. 김 후보는 특히 중년 여성에게 인기가 좋았다. 대부분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예쁜 딸(탤런트 윤세인, 본명은 김지수)은 언제 내려오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젊은 층은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선거 자체에 무관심해 보였다. 그가 건넨 명함을 그 자리에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김 후보는 그걸 주워담곤 했다.

외부 일정은 오후 9시에 끝났다. 이후는 사무실에서 다음날 TV토론을 준비하기로 했다. 하루 동안 14곳을 돌았고, 약 200명과 대화를 했으며, 1000여 명에게 명함을 건넸다. “오늘은 첫날이라 워밍업이다. 내일부터 바짝 달릴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 대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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