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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지 불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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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국유지의 불하를 가급적 억제키로 방침을 세운 것은 뒤늦으나마 매우 환영할 만한 조처다.
그동안 국유지는 효율적인 관리보다 세수 증대를 위한 매각에 주안을 두었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지금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헐값으로만 국유지를 새로운 필요에 의해 다시 비싼 값으로 사들여야 한다든지, 공원·도로 등 도시계획에 지장을 받는다든지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수도 서울이 대기오염 등 여러 심각한 공해를 겪고 있어 이제 새삼스레 자연보호 운동을 서두르고 있지만 남산·사직 공원 등의 귀중한 국유지를 불하한 것이 지금부터 불과 10여 전의 일이다.
눈앞에 닥친 필요 때문에 성급한 판단을 한 결과 국토의 종합적 개발이나 쾌적한 생활환경 보전을 그르친 것이다. 이런 전철은 앞으로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되겠다.
현 국유지는 약 41억 평으로서 전 토지의 14%가량 된다.
따라서 국유지의 효율적인 관리 운용을 통해 토지 효용의 증대와 지가 안정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제한된 국토에서 토지 수요가 급격히 증대되어 가는 여건아래선 국토공간 전체로서의 효용의 증대야말로 모든 경제적 안정성의 바탕이 된다.
최근의「인플레·무드」는 토지 값의 상승에 주도됐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또 한번의 심각한 물가상승으로 악순환 될 것이다. 토지는 비 대체 성이 강하고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최근 토지에 대한 공 개념의 확대 논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사유지에까지 공익적 사용을 위해 각종 제한을 가하면서 국유지를 매각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국유지를 매각할 땐 『국가에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란 단서가 붙지만 국가의 필요를 지금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잘못인 것이다.
오히려 당장 급한 재정수입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불하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유지 불하의 성급한 판단과 시행착오는 더 많은 세금 부담으로 귀결된다.
국유지는 장 차의 공적 수요에 대비하여 가급적 매각을 억제, 효율적 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토지의 공 개념 확대는 국유지의 효율적인 관리이용에서부터 시범을 보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지가가 모든 가격의 바탕이 되고 최근의「인플레」가 지가 상승에 크게 원인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국유지 매각은 물가정책의 차원까지 감안하여 결정돼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유지뿐만 아니라 최근 서울시 등에서 서두르고 있는 체비지 매각도 다시 한번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국유지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확한 실태조사와 이의 유기적인 관리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유지의 불하억제라는 방침 때문에 현재 사정되어 사실상 사유화되어 있는 소규모의 주택지마저 계속 묶이는 사태가 행 여라도 일어나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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