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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충분한가 도의교육 길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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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동도중·고교 조윤제교장(59)은 평소 졸업생들로부터 많은 편지를 받는다. 이 학교가 만든 일기책을 보내달라는 사연이 많다.
이 학교에서는「일기 쓰기」를 전교생에게 의무적으로 시행해 오고있다. 그리고 모든 인사는「반갑습니다」와「고맙습니다」로 통일돼있다.
조례 때나 종례 때 수업시간은 물론 길에서 선생님을 만났을 때도 큰소리로 「반갑습니다」를 외친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일기는 학교에서 매년 특별히 제본한 것을 사용한다. 제본된 일기책은 일반기업체가 사무용품으로 만든 책과 겉모양은 비슷하나 3월1일부터 시작해 이듬해 2월28일로 끝나는게 다르다. 월별로는 학교의 각종행사가 적혀있고 개인의 계획을 기록할수 있다. 역사적인 인물의 탄생이나 사건 등 일지가 수록된 것과 함께 성현들의 교훈과 이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도 적혀있다.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치고 성품이 나쁜 사람은 없다』는게 조교장의 지론이다. 문제는 습관들이기에 달려있다는 것. 3년간 꾸준히 일기를 쓴 학생이면 졸업해도 일기를 계속 쓰게된다고 했다.
인사법만 해도 처음에는 서먹서먹해서 거부반응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만 완전히 몸에 배면 저절로 되더라는 것이 이 학교 선생의 말이다.
이 학교는 전남 신안군 초란도의 조그마한 분교와 자매결연을 하고 해마다 학용품·어린이 문고 등을 보내주고 있다.
초란분교의 인사말이 이 학교와 같이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였던게 인연이 됐기 때문이다.
『교과서만으로는 도의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면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외에 또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올해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서울서라벌고교에는 1주일에 1시간씩 「명상의 시간」이 있다.

<조용한 음악과…>
『대학진학이란 인생의 목표가 아니고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큰 이상을 펴나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며…』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거나 교내 방송을 통해 이같은 말로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며 때로는 사회의 저명인사들이나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을 초빙해 학생들에 감명을 주는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와 비슷한 「명상의 시간」을 갖는 학교는 상당수에 이르고있다.
그밖에 1주일 2시간씩 주어진 특별활동 시간을 철저한 정서 교육을 위한 시간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다같이 노래부르기」 시간을 통해 「명랑」과 「조화」를 체득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 배재중·고등학교에서는 5교시가 끝나는 하오1시55분부터 5분 동안 다같이 노래부르는 시간이 있다. 매주 「이 주일의 노래」가 주어진다. 교내방송을 통해 노래가 방송되면 학생들은 모두들 따라 부르게 된다. 노래는 『조국찬가』에서부터 『노래불러라 우리 다함께』·『버들피리』·『여행자』·『주 의지하리』·『징글벨』등 쉽게 익힐 수 있는 건전한 것들이다. 이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은 2∼3명만 모여도 함께 노래를 부른다. 『정서교육에서 음악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예기를 보면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합하는 힘이 있어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보다는 음악으로 다스리는게 훨씬 효과가 있다」고 했어요. 생활 속에 음악이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음악교육에 보다 힘쓸 필요가 있읍니다』-음악교사가 아닌 도의담당 전영배선생(43)의 지적이다.

<다같이 노래를>
한걸음 더 내쳐 최근 멋대로 유행하는 불량가요를 강력히 규제하고 밝고 명랑한 노래를 많이 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 청량공고에서는「정청의 시간」이 있다. 「덕성교육」을 위해 실시되는 것으로 조례시간에 5∼10분간씩이다.
1일 1훈화는 「프린트」로 나오며 교실 뒤 칠판에는 이 내용을 적어 놓는다. 이를 위해 교무실에는 「덕성계」가 별도로 있다.
특별활동이 활발한 도봉구 미아동 신일중학은 전교생이24개「클럽」활동반에 가입돼 매주 토요일이면 지도교사와 함께 생활하도록 돼있다. 또 이 학교에서는「인간화 교육」을 위해 각반마다 8명을 1개조로 한 몇개의「그룹」이 있다. 각「그룹」은「노트」가 있어 8명이 번갈아 가며 아무런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자기 소감을 자유롭게 써내도록 하고 있다. 『대학의 문을 열자는 취지에서보다 자유스럽게 간접대화를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장익성교감(52)의 설명이다. 이「노트」의 내용에 따라 별도로「개별 면담」을 하든가 혹은 「그룹」별로 야외 「미팅」을 갖기도 한다.
선생과 학생의 간격이 가까와지고 문제학생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감명을 주는 등산>
국민학교의 경우 수학여행이나 가정방문이 규제되고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한마디로 행정당국의 단견이라고 단정한다.
「교육적인 효과」나 「변칙」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관악산근처의 B국교 6학년 담임 P씨는 지난해 가을 소풍길에 한 반 학생전원을 데리고 산정상까지 등반을 했었다. 매년 되풀이해 관악산기슭까지만 가던 소풍에 싫증을 느낀 학생들을 이끌고 다른 반 선생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단독행동을 했다는 것. 나중에 이 사실을 안 다른 반에서는 이를 무척 부러워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근교의 등산 한번만으로도 도시어린이들은 깊은 감명을 받는다. 교육현장이 너무 좁다는 뜻일까. 도의교육이라는 넓은 현장에 학교교육이 차지하고있는 분야는 너무 비좁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 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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