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골목 상권은 대형마트·체인점 등의 거센 공세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특한 맛과 경영전략으로 오히려 영역을 넓혀 나가는 토종 빵집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베비에르’는 광주광역시의 대표적인 향토 제과점이다. 광주시내 5개 점포에서 연간 50여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각 매장의 하루 판매액은 500만~600만원으로 대기업 체인점(100만~300만)의 2~3배나 될 정도로 잘나간다. 베비에르는 벨기에의 한 농촌 마을 이름에서 따 왔다.
베비에르는 마옥천(49) 사장이 1991년 30㎡ 규모로 연 빵집에서 출발했다.
“고교 졸업 후 이모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일을 도왔죠. 제대로 하자며 서울 성북동 ‘나폴레온’ 제과에 올라가 기술을 배웠어요. 눈썰미가 있고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해 2~3년 만에 부문장을 맡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죠. 내 사업을 해도 되겠다 싶어 26살에 광주시 서구 임동에 작은 점포를 냈지요.”
처음엔 의욕이 앞서 이것저것 다양한 빵을 만들었다. 월 900만 정도 매출이 올랐다. 하지만 고객들은 “다른 집 빵 맛이 좋더라”는 얘기만 늘어놨다. 이대로 가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인점에 밀려 동네 빵집들이 곳곳에서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마 사장은 수십 가지 제품을 정리해 호밀·견과류 등 건강빵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재료가 맛을 좌우한다는 생각에 친환경 제품을 쓰기로 했다. 밀가루의 경우 일반 수입품보다 배가 비싼 유기농 호주산(20㎏ 한 가마에 4만5000원)을 쓴다. 빵 반죽에도 기존의 이스트 대신 천연효모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가의 발효종 기계를 들여놨다. 좋은 재료와 정성이 버무려진 베비에르의 빵은 담백하게 입맛을 끌어당기면서도 속이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빵을 고객 시식용으로 내놓는 마케팅도 펼쳤다. 막 구워낸 빵을, 10개 중 2개꼴로 푸짐하게 잘라 맛보기용으로 제공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건강 유기농 빵이 맛도 좋더라는 소문이 나면서 베비에르는 먼 동네에서 차를 타고 찾아 오는 고객들로 넘친다.
20여 년 전 동생과 함께 두 명이 시작한 베비에르는 현재 직원이 120여 명(아르바이트생 포함)으로 늘었다. 10여 년 전 개설한 풍암점은 주변 대형 롯데리아 매장을 인수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올 초 입점한 광주롯데백화점의 경우 월 매출 2억원으로 명품점을 제외한 매장 중에서 ‘톱10’에 들 정도로 인기다.
마 사장은 “대기업 공세를 딛고 베비에르가 꿋꿋이 살아남은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라며 “앞으로 일본·유럽 등으로 직원연수를 보내고, 빵과 과자·케이크 등을 함께 만드는 복합매장을 만들어 100년 기업으로 키워 내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