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세 승부수' 일단 선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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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선방했다.’ 일본 소비세 인상 첫 달인 지난달 경기지표에 대한 평가다. 소비는 큰 폭 줄었지만 공작기계 주문 등 투자가 식지 않아 경기 회복 기대를 살렸다. 백화점연합회는 “올 4월 백화점 매출이 한 해 전 같은 달과 견줘 12% 줄었다”고 20일 발표했다. 2011년 3월 14.7% 감소 이후 37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백화점 매출이 25.4% 급증했던 올 3월과 견줘서는 38.8%나 줄어든 것이다. 전 품목 판매가 부진했다. 화장품 등의 매출이 24% 넘게 떨어졌다. 가구 등은 17% 정도 감소했다. 생필품인 식료품 판매도 4.7%나 줄었다.

 또 이달 편의점 판매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바로 전달엔 3% 가까이 늘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4월치 백화점과 편의점 매출은 소비세가 5%에서 8%로 오른 이후 처음 나온 소비 지표”라며 “판매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1997년 인상 직후와 견줘선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소비세가 3%에서 5%로 인상된 당시엔 백화점 매출이 14%나 감소했다.

 또 이달 백화점 매출감소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다. 그는 이달 5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소비세 인상 직후 소비가 줄고 있기는 하다”며 “하지만 충격적인 수준은 아닐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래서인지 이날 닛케이225는 전날보다 0.49%(68.8포인트) 올라 1만4075.25로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소비가 6월까지는 줄어들다가 올 3분기(7~9월)부터는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늘고 있는 기업 설비투자 덕분에 새 일자리가 늘 수 있어서다. 실제 이날 발표된 4월 공작기계 주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7%나 증가했다. 소비세 인상 직전인 3월 48.8% 증가와 진배없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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