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총력교통체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수도권 교통난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단선적인 대중요법만으로는 이미 어쩔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으며 보다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근본대책이 있어야 하겠다는 요청이 있어온 지는 벌써 오래됐다.
하루 1천11만2천여명의 교통인구를 가진 수도서울의 교통사정은 가는 곳마다 승차난과 교통체증이 겹쳐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만 해도 연간 2만6천여 건으로 사상자는 2만1천5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교통사정이 문자 그대로 「전쟁적 상황」임을 실감케 하지 않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11일 서울시당국이「총력교통체제」를 갖추고 행정기관은 물론 운수업체와 시민이 일체가 되어 교통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키로 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서울시당국의 총력교통체제 수립선언은 한마디로 「교통전쟁」에 이기기 위한 비상체제에의 돌입을 선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또 수도권의 교통문제가 비상체제로 돌입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상태가 중대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교통문제)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치밀하고 끈기 있는 작전계획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교통전쟁은 아무리 총력전을 편다해도 벼락치기 단기결전으로 끝날 수는 없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발본대책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여기에는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요청된다.
교통전쟁의 전략은 무엇보다 교통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이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정책 추진에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서 시민들을 「리드」해 가는 일관된 정책이 결여되는 한 교통전쟁에 승리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교통전쟁에 임하는 전술은 하나 하나의 개별적 교통문제를 유효 적절하게 해결하는 종합적인 시책, 즉 안정성·효용성·논리성·예술성을 함께 충족시켜주는 교통기술의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도로가 외국에 비해 용량이 작고 사고가 잦은 등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근본적으로 시정하기 위한 혁신적인 교통문제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겠다.
예컨대, 도로확장이나 건설공사 한가지만 보아도 우리나라는 단지 길을 내고 「아스팔트」만 포장하는 것으로 도로가 다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도로는 차가 달리고 사람이 걷는 생활의 한 장소임을 인식한다면 당연히 보도·차도·도로조명·신호등·조경설비·공학적인 경사로 등 보안시설이 구비돼야 명실공히 도로가 된다는 기초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도로는 보안시설 면에서는 세계 최저의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홀」에 「버스」바퀴가 빠지는 간선도로, 구멍이 뚫렸거나 연중무휴로 보수공사를 해야하는 고속도로 등이 바로 우리나라 도로의 낙후성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표징들이다.
이처럼 교통전쟁에 대한 전술적 대책이 소홀한 한 「총력교통체제」와 같은 강력한 전략적 시책이 있어도 실효를 거두기란 힘들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그럴싸한 실천지침이 있어도 교통문제에 관한 한 교통기술의 과학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협조를 필요로 하는 국민의 납득을 얻지 못할 것이다. 특히 교통전쟁에 있어서는 그 전쟁에 이기기 위한 전술에서 나온 하나 하나의 기술적 대응책을 그 밖의 고려 때문에 제한 받거나 간섭받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교통난 완화를 위해 「버스」등 대중대량교통수단의 증거가 필수적이라는 전술적 상황판단이 나왔는데도 교통외적 요인에 좌우되어 승용차의 증차를 우선한다든가, 도심교통난을 가중시키는 「지그재그」식 「버스」노선의 고집 등은 교통전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이적행위와 마찬가지다.
모처럼 범시민적으로 추진되는 이번 비상교통대책에 있어서는 이와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충분히 검토됨으로써 구호에 그치는 일시적인 행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