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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벤게로프 "상상하세요, 음악의 힘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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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적인 음악가 막심 벤게로프(오른쪽)가 17일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지도했다. 연습곡의 연주가 끝나자 그는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한국어로 “최고”라고 말했다. [뉴스1]

17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연습실. 40여 명의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휘자의 말 한마디에 귀를 쫑긋 세운다. ‘신세계 교향곡’으로 잘 알려져 있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4악장 연습이 한창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인 막심 벤게로프(Maxim Vengerov·40)로부터 곡 해석과 함께 연주를 해보는 시간이다. 벤게로프는 이날 저소득층 아이들로 구성된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위해 연습실을 찾았다. 그는 1997년부터 유니세프 국제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즉석에서 한국말로 “하나, 둘, 셋, 넷”을 배우며 아이들과 금세 친해졌다. 풍부한 곡 해석을 위해 우스꽝스런 표정과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기초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악센트가 있는 음정은 좀 더 강하게 연주해야 해요. 문제는 다 똑같이 들린다는 거예요.” 강약 조절에 신경을 쓰니 아이들의 연주가 처음보다 그럴싸해졌다.

 러시아의 유대계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벤게로프는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2007년 어깨 부상으로 잠시 바이올린을 내려놓았지만 이후 지휘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바이올린도 다시 손에 잡은 그는 20일과 21일 각각 서울과 대전에서 열리는 공연을 위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틈틈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로 벤게로프는 “나는 최고의 수업을 받아 왔다”면서 “내 책임은 미래 세대에 내 경험을 전수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두 살과 한 살배기 두 딸이 악기를 만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더 기쁘다고 했다. 특히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겐 “음악이 불우한 삶의 출구가 되어 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다양한 비유법을 써가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그의 특기다. 벤게로프는 “아이들은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다. 그 상상력이 음악성을 풍부하게 해 줄 것”이라며 “어른들조차 이런 상상력을 쓰면 기교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뒤 오케스트라 단원 중 한 명이 그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했다. 흔쾌히 학생의 바이올린을 집어든 그는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 5번을 연주했다. 단원들 사이에서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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