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인기 「샹송」가수 「쟈크·브렐」, 10년 투쟁 끝에 폐암 꺾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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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
「쥘리에트·그레크」와 쌍벽을 이루는 「프랑스」최고의 「샹송」가수 「자크·브렐」이 불치의 병이라는 폐암을 극복, 10년만에 다시 「파리」에 나타나 「파리지앵」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미 「파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줄로 생각했던 「브렐」은 10년간의 투병과 수술 끝에 영화배우 「존·웨인」처럼 폐암을 고쳐 재기했다는 것. 아직도 쟁쟁한 48세의 나이에 그는 수백만 「팬」들과 영원한 이별이 될 줄 알았지만 이제 「파리」무대에 모습을 나타낼 날이 임박했음을 예보하고 있다.
「브렐」은 극비밀리에 「파리」에 들러 새로운 「샹송」 17곡을 취입한 후 지난달 17일 불 국영TV와 「유럽 No.1」 「라디오」에 출연. 폭발적인 인기 속에 재등장을 장식했다. 지난달 20일에 나온 그의 새 「디스크」는 이미 2백만장이 팔려 「샹송」계의 대환영을 받았다. 『눈물 홀리는 친구를 보라』를 비롯한 새 「샹송」은 그가 투병한 악몽의 10년을 증언하고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그가 결정적으로 자취를 감춘 것은 74년 말.
당시 「브렐」의 갑작스런 실종(?)에 관해 「프랑스」인을 비롯, 전 「유럽」이 의문을 품었다. 75년 2월 10일 「벨기에」의 「엘카바하」 기자가 불 국영방송에 나와 『「브렐」은 「브뤼셀」의 한 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았다』고 처음으로 이 「샹송」가수의 비밀을 공개했던 것.
폐암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 누구도 「브렐」의 죽음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브렐」에게 내려진 죽음의 그림자가 걷히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부터. 그는 건강을 서서히 회복하면서 한국전 때의 낡은 쌍발기를 구입, 태평양상의 불령 「타이티」섬으로 날았다.
「고갱」이 마지막 그림을 그린바 있는 「타이티」섬에서 그는 명상에 잠기면서 시를 썼다.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과 함께 희망을 갖게된 것이다.
그가 「타이티」에서 「파리」에 돌아와 그가 쓴 시에 곡을 붙여 노래한 「디스크」를 내놓았을 때 그야말로 폭발적인 환영이었다.
『황야의 시름을 없애기 위해/어릿광대 노릇을 하다가 죽으리/절대적 지배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암과 대결하다가 죽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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