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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고 그물 건너고 위급 상황 탈출 체험 "이젠 장애물 겁 안 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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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위급 상황에 대비한 안전 테마파크가 전국에 70여 군데나 있다.
사진은 태백 365세이프타운에서 한 어린이가 통나무 건너기 체험을 하는 모습.

교육시설이자 놀이시설 ‘안전 테마파크’

‘제때 갑판으로 나왔더라면’

‘안내방송만 믿고 기다리지 않았더라면’

‘사전에 제대로 된 재난 훈련을 받았더라면…’.

세월호 사고 이후 사고 대처능력은 우리에게 중대한 과제로 남겨졌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다리기에 앞서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다.

훈련이 아니라 놀이처럼 사고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전국의 안전체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을 뿐 안전체험 시설은 전국 곳곳에 70여 곳이나 있다. 이 중에서 2일 week&이 찾은 강원도 태백의 ‘365세이프타운’은 안전을 테마로 삼은 최초의 테마파크다.

여기에서 재난 상황은 배울 거리이자 놀 거리였다.

아이들은 생생한 생존법을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365세이프타운을 아시나요?

“비상! 산불 발생, 전 대원 출동!”

조명이 꺼지고 경고방송과 비상등으로 장내가 요란해지자 아이들의 얼굴에 일순간 진지함이 흐른다. 스크린은 어느덧 산불 현장으로 바뀐다. 아이들은 화면을 따라 움직이는 방재 헬기 모형의 시뮬레이터에 몸을 실은 채 산불 진압 과정을 체험한다.

강원도 태백의 365세이프타운(365safetown.com)은 국내 최초의 안전테마파크다. 국비 1133억원 등 모두 179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2012년 문을 열었다. 95만376㎡ 규모로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 챌린지 시설, 강원소방학교 등이 들어서 있다.

365세이프타운은 교육시설이자 놀이시설이다. 엄격할 것만 같은 안전교육에 재미를 입힌 발상이 독특하다. 3D·4D 영상과 시뮬레이터를 갖춘 체험관에선 실감나는 특수효과로 재난 상황을 재현한다. 풍수해체험관에선 보트 모형의 시뮬레이터에 올라 침수 현장을 탈출하고, 지진체험관에선 진동 좌석에 앉아 규모 8.0 이상의 강진 상황을 체험하는 식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동선 확보가 중요해요. 실내가 어두워 출구를 찾기 어려우면 당황하지 말고 벽을 더듬거리며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쉽게 문을 찾을 수 있어요.” 영상 체험 다음에는 사고 대처요령을 배우는 시간이 이어진다. 365세이프타운 유병욱 계장의 설명.

“재난 상황을 간접적으로라도 눈으로 보고 몸소 체득해 봐야 실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요. 안전교육은 학습이 아니라 체험이 더 중요해요.”

아쉬움도 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관은 놀이형 관람 시설에 가깝다. 세계적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일본의 스파이더맨관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대테러 체험관도 재미에 더 무게를 둔 놀이시설이다. 체험관에 전문인력이 없어 깊이 있는 안전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도 아쉽다. 현행법상 청소년수련시설로 등록된 안전체험 시설은 근무자에 대한 별도 자격증 제도가 없어 누구를 탓하기도 힘들다.

실전처럼 놀이처럼

실제 위급 상황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안전체험은 365세이프타운 철암지구에 있는 강원소방학교에서 익힐 수 있다. 소방공무원이 훈련하는 시설을 그대로 교육장으로 사용해 실전 활용도가 크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소화기 사용, 공중 도하, 로프 하강 등 소방공무원의 훈련 과정 대부분을 체험할 수 있다. 안전수칙 및 상황별 행동 등 모든 과정에 소방 교관의 지도가 따라붙는다.

강원소방학교의 안전교육 시설은 실전 중심이다. 복층 구조의 암흑 미로를 탈출하는 체험장은 노래방 화제를 염두에 둔 시설이고, 수직구조대 체험시설은 고층 건물에 화재가 났을 때 탈출하는 상황을 가정해 만들었다.

해발 1500m에 위치한 중앙지구로 이동하면 17m 높이의 야외 극기체험 시설 ‘트리트랙’이 있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외줄·그물·징검다리 건너기, 낙하훈련, 짚라인 등 22가지 코스를 체험할 수 있다.

지난달 교육부의 수학여행 금지령 발표 이후 365세이프타운도 단체 예약 방문객이 뚝 끊겼다. 그래도 스스로 안전을 챙기려는 부지런한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방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여행 중인 김중용(39)씨는 이날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 트리트랙을 체험했다.

“저조차도 겁이 나는 높이인데, 딸이 어려워하지 않고 단계를 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견스럽네요.”

그물 건너기 체험 도중에 잠깐 울상이 되었던 김하은(10) 어린이의 얼굴에선 이미 두려움의 흔적이 오간 데 없었다. “장애물을 건널 때마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안전교관 아저씨가 제가 아빠보다 더 잘한대요. 이젠 겁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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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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