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안보 불안·불신 키운 무인기 오인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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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4일 경기도 과천 청계산 만경대 부근에서 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의 폐건축자재를 무인기로 오인해 군이 출동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해프닝이 됐지만 애초 인근을 지나던 시민이 무인기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고 신고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국민 안보의식을 행동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군이 보여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다. 신고를 받은 군은 우선 현장조사를 해서 물체의 정체부터 확인하는 게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군은 이날 확인에 앞서 성급하게 언론 공개부터 먼저 했다. 일의 순서가 뒤바뀐 형국이다.

 안보와 관련한 군의 조치는 신속성과 함께 정확성이 필수다. 유사시 조급한 판단은 전력 낭비나 적의 기만전술에 휘말릴 가능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행동 하나, 말 하나에 무게가 있어야 할 군이 국가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이토록 가볍게 행동한 것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으로 지적받아 마땅하다.

 물론 북한 무인기는 명백한 안보 위해 요소다. 이미 우리의 주요 시설을 염탐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사시 타격용으로 쓰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군의 탐지 능력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신고도 절실하다. 군은 최근 들어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를 모두 82건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이 이렇게 많은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확인도 하기 전에 덜컥 언론 공개부터 한다면 국민의 안보 불안과 불신만 키우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겸허히 새겨들어야 한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군에 신속성과 더불어 정확성을 함께 주문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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