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을 살찌운다"|일에『지적생활』추구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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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경=김경철 특파원】최근 일본의 중류생활자, 특히「샐러리맨」과 주부들 사이에는「지적생활」이라는 말이 대유행, 여기에 관계 있는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적생활의 방법』(도부승일 저)이라는 책은 발행 부수 70만부를 기록했고,『양보다 질의 생활』『일본인재론』『인간다움의 구조』등 지적생활과 관계 있는 책은 모두「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지적생활의 방법』에서 말하고 있는「지적생활」이란『일상생활의 혼잡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고 자료를 정리하고 그것을 창조적 발상과 연결시켜 가는 것.』
즉 이 책에는「카드」작성법·서재정리방법·산책의 효용·통근시간의 이용법, 그리고「와인」을 마시고 흰「치즈」와 흑 빵을 먹으면 뇌 세포의 활동이 활발하게 되나 맥주는 정신의 움직임을 둔화시킨다는 것 등이 기록되어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지적생활」을 영위하려면 어떤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까지 쓰여있다.
「지적」이라기 보다「상식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의「지적생활」실상에 대해 어느 대학교수는『우선 자기 주위가 온통 자기 돈으로 산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음 자그마한 조용한 방과「카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한 걸음 나아가『가정과 친척은 지적생활에는「마이너스」요인이고 이성교제는 방해가 될 뿐』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래서인지 시민강좌 등 각종 강좌에 거액의 수강료를 내고 지식을 배우러 가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고 고고학과 깊은 전문분야에까지 수강하러 가는 주부도 크게 눈에 띤다.
이 같은 일본인의「지적생활」에의 갈망은 일본의 산업사회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돼야 할 기업의 발전이 목적이 되고 인간은 오히려 기업의 자본축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데서 오는 반작용이라는 것.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보다 많은 여가, 보다 많은 자유, 보다 많은 내면적 충실, 보다 좋은 환경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움직임이 바로「지적생활」지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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