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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언론이 부당한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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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2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몇몇 족벌 언론'이 김대중 정부를 '박해'했고, 자신에게도 '부당한 공격'을 했다며 언론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참모들은 이런 불신의 뿌리로 초선 의원 시절(1991년) 주간조선의 "노무현은 상당한 재산가인가"라는 기사를 꼽는다. 당시 盧대통령은 이 언론과 송사를 벌여 승소했으나 이후 조선일보와는 긴장관계를 넘어 갈등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때 싹튼 盧대통령의 부정적 언론관은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대선 기간의 지지율 하락 등 위기상황을 거치면서 확대.심화된 듯하다.

盧대통령은 지난해 11월 MBC 미디어비평에 출연, "몇 개의 거대 언론이 특정 후보를 편파적으로 지원하고 줄서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 국유화 발언을 기정사실화하고, 나를 반미주의자로 규정했으며, 서울대 폐지를 주장한 것처럼 문맥을 왜곡해 대단히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몇몇 '부당한 공격'사례를 제시했다.

청와대는 당선 이후의 사례는 내놓고 있지 않지만 언론이 참여정부를 흠집낼 것이란 불신이 팽배해 있다. "이런 언론환경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가능한지 회의적"이란 盧대통령의 발언도 이런 기류의 반영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일부 언론은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한나라당 시각만 인용해 '퍼주기'라고 5년 내내 비판했다"며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불신 아래 盧대통령은 언론의 오보에 대해선 정정보도 청구뿐 아니라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는 강경한 언론대책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청와대 관계자들은 "언론이 스스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을 때 정부가 가만히 있으면 시민사회에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당장은 언론 자율개혁을 강조하지만 상황에 따라 정부가 주도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盧대통령의 이런 언론관에 대해 야당과 언론학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盧대통령이 말한 '박해' 또는 '부당한 공격'과 건전한 '비판'의 경계가 자의적이고 모호해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터무니 없는 피해의식을 갖고 어떻게 공정한 언론정책을 펴겠느냐"며 "비판적인 신문을 고사시키고 언론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음모가 번뜩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양대 이재진(李在鎭.신문방송학)교수는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이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몇몇 족벌 언론'에 대한 공격은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언론은 어떤 언론이든 개혁 대상으로 생각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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