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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건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주택사범」을 엄하게 다스리기 위하여 주택건설 촉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주택 분양 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 조항의 신설 내지 강화, 그리고 이제까지 불량 주택건설 자재의 생산자만 처벌했던 것을 불량자재를 사용하여 집을 지은 건축업자도 같이 처벌한다는 것 등이다.
주택분양질서의 문란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최근「아파트」분양을 둘러싼 투기와 무질서를 단속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 마련으로 해석된다.
「아파트」등의 투기 행위는 당연히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과「인플레」심리의 만연으로 인한「아파트」투기가 법적인 단속만으로 정화될는지는 의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분양질서의 문란으로 볼 것이며 이를 어떻게 포착할 것인지는 행정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파트」신청자에 대한 자금 출처 및 세무 조사도 상당한 저항에 부딪친 점을 생각할 때 법에 의한 투기의 규제가 용두사미 격이 되거나 혹은 오히려 부작용을 빚지 않을지 우려된다.
「아파트」투기의 진정은 통화 조절과 물가안정에 의한 근원적인 접근을 해야지 법적으로 아무리 단속한들 그 실효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편, 불량 건 재의 생산·사용에 대한 처벌강화는 불량 건 재의 음행으로 소비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극히 타당한 조처다. 사실, 부스러지는 벽돌과 토 관·비가 새는 기와·얼마 안 가서 터지는 연약한「파이프」·비틀어지는 문틀 등은 누구나 자기 집에서 한번씩은 체험한바 있을 것이다.
이런 불량 자재로 지은 집은 어차피 뜯어내고 다시 지어 넣어야 하므로 소비자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낭비다. 그러나 이런 건축자재는 소비자가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는 쉽게 속기 마련이며 이를 일부 악덕 건축업자가 치부의 수단으로 상습적으로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반도덕적·반사회적인 범죄가 유행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불량 건 재의 사용업자도 처벌대상으로 한 것은 집 장수에 의한 고의적 불량공사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당연하고 불가피한 요청이라 하겠다.
불량 건 재는 국민의 주생활에 직접 관련되는 만큼 이의 품질검사와 단속 근절은 국민생활 보호와 물가안정을 위해 당연히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현 주택건설 촉진법은 국민주택 자금에 의한 주택건설에 써야 할 주택자재의 규격과 생산자의 자격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또 공산품 품질관리법은 벽돌·기와·「슬레이트」·「블록」등 건축자재를 품질 검사대장 상품으로 지정하고 공업진흥청장 또는 도지정의 사후검사를 받게 했다. 심사결과 합격하지 않은 품목은 판매할 수 없고,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수거 또는 파기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조처에 의해 건축자재에 대해선 공진 청장 또는 도지사가 수시로 품질을 「체크」하여 품질을 보호할 의무를 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무수한 영세 건축자재 생산업자의 제품을 모두 검사·단속하는 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건축 자재를 포함한 공산품의 품질 관리는 국민생활 보호에 긴요한 것이지만 당장은 눈에 보이는 실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소홀히 되기 쉽다.
불량 건 재의 범람이 이런 행정적 소홀 때문에 생긴 점도 많을 것이다.
건 재의 품질 보강과 아울러 규격에 맞는 자재를 쓰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건 재가 있어도 규격을 맞춰 쓰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따라서 건물 준공검사 등에 이점에 대한 보다 엄격한「체크」도 필요할 것이다. 전문가의 기술지도와 검사를 받아 짓게 되어 있는 주택은행 융자에 의한 주택조차도 실제론 부실한 것이 많다. 주택 은의 지도·감독·검사가 무성의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으레 문제만 생기면 법적 미비를 내세우는 경향이 많다. 당국이 스스로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불량 건 재가 범람하고 있는지 한번 깊이 반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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