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안한 지하철, 안전 보강 더 미룰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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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지하철 1~4호선이 지진에 대비한 내진(耐振)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예산 부족을 핑계로 보강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13일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4호선 전체 구간(146.8㎞)의 36%에 해당하는 53.2㎞가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내진 성능을 평가한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내진 보강 공사에 들어갔지만 공사가 시작된 구간은 고작 4개 구간 3.3㎞뿐이다. 여기에만 470억원이 들었으며 2016년까지 836억원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서울메트로와 국토교통부가 시민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는커녕 서로 남 탓만 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는 전체 공사에 3220억원의 예산이 소요돼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손만 벌리고 있다. 승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경영합리화 등 다양한 노력으로 안전비용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발상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국토부는 서울메트로가 기본적으로 서울시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공기업이라 직접 예산 지원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난해 10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관할부서 따지고 예산 핑계 대면서 국민 안전은 뒷전인 상황이다. 지난 2일의 2호선 추돌사고와 8일의 1호선 역주행 사고를 목격한 시민의 입장에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하철 1~4호선은 하루 평균 400만 명이 이용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의 중추다. 승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관리, 운행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 안전불감증, 책임 떠넘기기, 예산·관할 타령 등 기존의 안전사고에서 익히 보아온 관료주의의 병폐를 넘어 국민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절실하다. 국민에게 안전한 대중교통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