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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극좌의 열풍·경제 불황 등|서구의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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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30여 년간 번영과 안정 속에 태평성대를 누려 온 서구 국가들은 올 들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암울한 국면을 맞고 있다. 격렬해지는 극우·극좌 모험주의자들의 등장, 「유로-커뮤니즘」의 상승 기류를 탄 공산주의 세력의 집권 가능성, 실업률 증가로 상징되는 경제 불황, 국가간의 불신 증가 등은 기존 체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갖게 한다. 「나치스」 전범 「알베르트·카플러」가 「이탈리아」에서 서독으로 도망했을 때 「유럽」에는 전율에 가까운 「파시즘」 악몽이 되살아났다. 「유럽」의 신문들은 「카플러」의 국내 거주를 암묵리에 인정하고 있는 서독의 정치적 풍토를 문제로 삼았다.
기적의 경제 성장 정돈, 불·이의 좌익 세력의 성장과 국내 극좌 「테러」세력의 활동 격화 등에 대한 반발로 수년 동안 우경화 경향을 보여 온 서독의 정치 토양은 근래 불어닥친「히틀러」열풍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이러한 서독의 풍토는 「카플러」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 뿐 아니라 미·영을 포함한 서구 9개국에 반독 감정을 부채질했다.
영국에서는 극우 단체인 「국민 전선」의 「데모」가 전후 최대의 폭동으로까지 발전했다. 유색인종에게 생활권을 빼앗긴 백인의 공포 때문에 조직됐다는 국민 전선의 움직임은 서구 여러 나라로부터 「네오-나치즘」의 한 갈래로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좌익 세력의 성장에 불안을 느낀 극우 세력인 「국민 전선」, 「프랑스」 행동파 등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벨기에」에서도 ,화란에서도 우파 모험주의자들의 「테러」가 빈번해져 영국의 「가디언」지는 「유럽·파시스트」의 「르네상스」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구주의 좌익 세력은 「유로-커뮤니즘」이라는 이름 밑에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기존 보수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는가 하면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 가운데 좌익연합이 일사불란하게 안정 「무드」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의 좌익 연합 세력인 사회당과 공산당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내부 대립은 설혹 좌익 세력에 집권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프랑스」 정정을 더욱 불안하게 하리라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유럽」각국의 이러한 냉랭한 분위기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경제적 불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1백만을 넘는 전후 최고의 실업률로 집약되고 있다. 이는 경제 순환 테두리에서의 실업이 아니라 「유럽」공업국의 근대 경제의 밑바탕을 이루는 생산 기술 체계와 고용의 불균형을 반영하는 구조적 실업이라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구조적 실업·구조적 불황은 정치 구조의 변화까지 강요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서 고도의 정치 통합을 지향했던 「유럽」공동체(EC)의 목표도 허공에 떠 있는 상태다. 정치 통합의 전제조건이어야 할 경제·통화 동맹의 매듭은 「유럽」공동시장(EEC)이라는 역내의 경제 교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 정정과 경제 동향과 함께 또 하나의 불안 요소는 대서양 건너의 강력한「파트너」인 미국 경제의 변조와 정치 이념의 마찰이다.
올 상반기 연율 7%의 성장 추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는 하반기에 5%로 떨어질 추세에 있고 실업률도 줄어들지 않아 상호 의존 관계에 있는 경제 체제를 불황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을 소지가 있다.
인권 문제·핵 정책·경기 대책 어느 문제를 막론하고 「유럽」의 기대대로 미국의 정책은 구상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꾸준히 증강되는 소련의 군비에 「유럽」은 초조감을 더해 가고 있다. 올 여름 들어 서구는 닻을 내릴 수 없는 배의 선장처럼 무력감에 빠져 있다. 【일본 경제 신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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