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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의 장막」 창구역 30년|「정보원 홍콩」 사양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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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콩」이 자유 무역항으로 「코즈모폴리턴」 하다는 성격 외에도 서방 세계가 구미를 당기는 또 다른 특성이 있다. 다름 아니라 「홍콩」이 「죽의 장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중공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라는 사실이다.
중국 대륙에 모택동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수수께끼의 지역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간 「홍콩」은 더할 나위 없는 정부 창구의 구실을 해 왔다.
그러나 중공이 70년대에 들어서면서 UN가입을 신호로 서방세계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폄으로써 굳게 닫혔던 이 폐쇄 사회는 그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이로써 중공 관계 정보를 「홍콩」에만 의존했던 미국 정부는 새로 설치한 북경 연락 사무소를 통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가 최근 몇 달 동안 화국봉 정부는 외국인의 입국을 전례 없이 큰 규모로 허용했으며 중공 전역에 걸친 외국인의 여행 조처도 크게 완화시켰다. 북경에만 머무르고 있던 외교관들과 기자들은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중·소 국경선까지로 그 활동 범위를 넓혀 간 것이다.
이러다 보니 「홍콩」 미 영사관과 북경 연락 사무소 사이에는 그 업무가 많이 중복되어 미국무성은 중공 관측 관계 업무의 책임을 북경에 있는 연락 사무소에 우선적으로 지우게 하고 「홍콩」 영사관에서 일하고 있는 인원은 북경 연락 사무소를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국무성의 조처에 대해 몇몇 관리들은 북경 연락 사무소가 중공 내부에 있기는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홍콩」 영사관 기능이 감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 관리들은 지방에서 일어나는 군벌들의 반란 행위나 문화혁명과 같은 동태는 북경에서 가만히 앉아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잠재적인 폭발 지역으로 광동 지역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곳은 「홍콩」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홍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홍콩」의 중요성은 북경 창구의 보완적 역할로 줄어들기는 해도 계속 기능을 발휘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한편 미국의 AP와 UPI가 이번 밴스 방문을 계기로 북경에 지사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어 특파원의 본거지도 차차 북경으로 옮겨질지 모른다. 【싱가포르=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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