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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검은혈액」의 대동맥…불모동토를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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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년 사시사절 눈과 얼음으로만 뒤덮여 있는 「알래스카」의 북극권 「툰드라」(동토) 지대-.
나무 한그루·풀 한포기 살아남지 못하는 아무런 쓸모가 없던 불모의 땅에서 미국인들은 지난 57년에 현대의 가장 귀중한 보물, 석유를 발견해 냈다.
6백m 넘는 얼음두께
얼음의 두께만 6백m가 넘는 한심한 땅밑에 어마어마한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골드·러시」의 과거를 갖고있는 미국인들은 삽시간에 「알래스카」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매장량만도 2백억 「베럴」이 넘고 있으며 96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북쭉「프루도베이」지역엔 이미 1백m개의 시추탑이 세워졌다.
그러나 석유를 파내는건 문제가 없는데 소송수단이 막연했다. 대석유사회들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알래스카」대륙을 가로지르는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설치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아이디어」가 나오자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면서 비웃는 사람도 많았고 자연보호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다.
하지만 고도의 기슬과 막대한 자본을 갖고있는 미국은 10여년에 걸친 준비와 설계를 거쳐 3년간의 난공사 끝에 지난6월20일 처음으로 원유수송을 시작했다. 「파이프라인」설치공사는 북쪽끝 「플루도베이」에서 시작, 「페어뱅크」를 거쳐 남쪽의 부동항「밸디즈」에 이르는 총길이 8백 「마일」의 대역사였다. 부산에서 만주까지만한 이 거리에 직경1m30cm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가설하는데는 1백억 「달러」에 가까운 공사비가 들었다.
「마일」당 건설비만 1천2백50만 「달러」(62억5천만원)가 든 셈이다.
8백개의 강을 가로지르고 한라산보다 더높은 산들을 넘어 「알래스카」 대륙 한복판을 꿰뚫어놓은 이 「파이프라인」은 미역사상 개인회사가 투자한 건설공사중 가장 비싼 공사였다는 신기록을 남겼다. 「알코」「엑슨」BP등 8개대회사가 참여한 이 공사는「알리예스카·파이프라인」회사를 따로 설립, 주도면밀하게 추진됐다.
모든동작 컴퓨터조정
이 「파이프라인」은 총길이 및 공사비에서 세계 신기록일뿐만 아니라 20세기의 그의 기술과 공법이 동원된 초현대식 공사있다는게 회사측의 자랑이다.
모든 동작은 「컴퓨터」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파이프」안에 인부가 버리고간 쇠망치 한개만 들어 있어도 「컴퓨터」가 이를 발견, 정확한 위치까지 알려줄 정도다.
이「파이프라인」은 또 섭씨 영하50도가 넘는 지독한 북극강추위와 섭씨 영상60도의 포염에도 끄떡없게 설계돼있으며 강도8·5의 지진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알리예스카·파이프라인」회사의 「에드워드·패튼」회장은 『「파이프」가 파열되면 10분안에 모든 기능을 자동적으로 정지시킬 수도 있다』면서 『오는 10월부더는 하루에 1백20만「배릴」의 원유수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7월초 제8「펌프·스태이션」이 원인모르게 폭발, 1명이 죽고 7명이 부상한 사고가 발생했으나 「파이프라인」은 사무직후 5분만에 자동적으로 기능이 정지됐었다.
원주민엔 파격적 대우
현재 매일 1천7백만「배럴」의 기름을 사용하고있는 미국은 그중 절반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알래스카」「파이프라인」의 완공으로 외국석유 수입량율 14%이상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프루도베이」지역에서만 확인된 석유매장량 96억「배럴」(현재 시세로 1천4백억달러)어치를 이「파이프라인」이 모두 수송하는데는 20년이 걸린다.
그러나 그밖의 지역에 있는 석유와 최근에 확인된 천연 「가스」 매장량 26조입방 「피트」를 수송하기 위해 또 다른「파이프라인」의 실치구상이 논의되고 있다.
수천m의 얼음땅속에 수만년간 잠들어 있던 석유와「가스」, 그리고 금·은·주석·구리등 어마어마한 지하자원 회고의 문이 이제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와서 보면 소련으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힌 꼴이 아닐 수 없다.
약간의 돈이 모자랐던 소련의 지배자들은 불과 1백10여년전에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보다 8배나 더 큰 이 「알레스카」땅을 단돈 7백만「달러」에 미국에 팔아버렸던 것이다.
누가 1세기사이에 「알래스카」가 미국50개주중에서 가장 개인소득이 높은 주(1만1백78달러)가 될줄 알았단 말인가? 이같은 소련사람들의 단견에 비해 미국인들은 얄미율이만큼 먼 장래를 계산하고 있다.
이미 각종 지하자원과 석유·「가스」가 「알래스카」 도처의 얼음 구덩이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연방정부나 주정부는 이를 아껴두기 위해 『「알래스카」자원개발제한법』을 준비중이다.
야생동물 이동배려도
한꺼번에 모두 파내서 써버릴게 아니라 자손대대로 골고루 나누어 쓰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원주민들인 「에스키모」나 「인디언」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어 원주민의 피가 4분의1만 섞여도 학교·병원등을 일체 무료로 해주고 생활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서부개척시대와 마찬가지로 원주민들의땅 을 빼앗아 미안해서 그런지 좌우간 이들에 대한 대우는 보통이 아니다.
이 덕분에 「에스키모」나 「인디언」들은 아무런 일을 안해도 먹고 살 수 있으며 그래서 그런지 이들중엔 돈만 생기면 도심지 술집에 나타나 며칠씩 술만 퍼먹는 주정뱅이가 많다.미국인들은 또 「파이프라인」공사를 할 때는 인공위성의 중계까지 받아가며 북극의 곰이나 「펭귄」온갖 들짐승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짐승 통항로」를 4백개나 「파이프라인」위에 가설해놓았다. 「파이프라인」의 「톨즈로이스」』라고 불리는 이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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