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풀어 내수 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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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위축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5~6월 두 달간 7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조기에 집행한다. 또 이번 사고 여파로 피해를 보고 있는 여행·운송·숙박 업종에 750억원 규모의 저리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의 피해 업종 종사자를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납부 기한을 3개월 연장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주요 정부부처는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민생대책회의에 이런 내용의 ‘최근 경기동향에 대한 선제적 보완방안’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민생을 챙기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2년간의 침체 국면을 지나 이제 형편이 나아질 만한데 여기서 다시 주저앉게 된다면 서민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올 들어 활력이 크게 떨어진 민간부문의 경기회복이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한층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더구나 급격한 원화 강세로 우리 경제의 핵심 버팀목인 수출시장에도 노란 불이 켜졌다.

 이런 우려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에 쓸 예산 가운데 7조8000억원을 2분기에 앞당겨 쓰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상반기 중앙·지방정부의 재정집행률은 기존의 55%에서 57%로 늘어난다. 김철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집행률이 2%포인트 확대되면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 조기 집행에 나선 것은 올 들어 계속 회복세가 미약하던 우리 경제가 세월호 충격으로 완전히 회복 탄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16일 이후 외식·레저·여행 산업이 급격히 위축됐다. 백화점·대형마트와 음식점·골프장·콘도·노래방 매출이 급감하고, 관광지 매출액도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목표가 244조4000억원인 정책금융 공급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책의 여유 한도 2조9000억원을 조기에 소진해 중소기업을 돕기로 했다. 또 세월호 참사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여행·운송·숙박업체에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해 150억원의 운영자금을 저리로 지원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세월호 사태는 국민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깊고 광범위한 만큼 경제적 파장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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