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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직원부터 주변 식당 가도록 독려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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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직접 주재한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숙박업·외식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자영업자들은 한결같이 “이대로 가면 다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외식업계는 회원사 75%가 연 매출 2억원 이하로 영세한 실정이므로 세금 감면이나 유예 등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도 “관광진흥기금을 통한 150억원의 융자 지원은 매우 부족하니 규모를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세월호 사고로 이달 7일까지 316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등 관광업체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는 것과 더불어 경기 급랭을 막을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외식업중앙회의 신훈 정책개발부장은 “손님이 크게 줄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저리융자 등 금전적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계속 융자를 써 가며 버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외식업중앙회는 외식이나 회식을 자제하는 공무원들의 분위기라도 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갈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 직원들부터 주변 식당에 나가 식사를 하도록 독려해달라고 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구내식당 대신 관공서 주변 식당을 이용하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방식이 외식 분야 자영업자들을 돕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 여주시, 충북경찰청, 충북 영동·옥천군 등에서 1주일에 한 번은 구내식당을 닫고 있다.

 박복강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전날 각 지회를 통해 조사한 숙박업체들의 어려움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중앙회에 따르면 특히 강원도와 전라남북도, 경상북도 숙박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강영태 사무총장은 “4∼5월에 지역 문화행사가 몰려 있는데, 이 행사들의 거의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숙박업소들은 지역별로 예정된 문화행사나 지역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업종을 살리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여행업체들 역시 당분간은 손해를 감수한다 하더라도 단체여행 자제 분위기가 여름을 넘어서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양무승 한국여행업회장은 “국내 수학여행(30만 명), 일반 단체여행(4만5000명) 대량 취소 등으로 많은 여행사와 관련 업계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일부는 사업 유지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 일정 취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2학기에는 안전한 수학여행을 시행하도록 정상화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수학여행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1학기 동안 인원에 관계없이 수학여행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아예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라고 뭐가 달라질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대책회의를 계기로 구체적인 지원 근거를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경기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업체당 예약 취소로 인한 피해가 1억원이 넘는 실정”이라며 “부가세 납부 유예를 해달라고 건의해 지방국세청에서는 긍정적인 답을 받았지만 일선 세무서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병주·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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