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길 사장 사과받고 자진 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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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단이 9일 청와대에서 박준우 정무수석, 이정현 홍보수석과 만났다. KBS 김시곤 보도국장이 세월호 희생자 수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면담은 오전 9시20분부터 11시까지 청와대 연풍문 면회실에서 이뤄졌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KBS에서 얘기할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까 답답해서 우리 얘기를 대통령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었다”며 “대통령이 지난번에 진도에 와서 연락 주면 얘기를 듣겠다고 말씀하신 것도 있어 믿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BS 사장 사과 ▶보도국장 인사조치 ▶가족 대표와 대통령의 면담 세 가지를 요구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KBS 보도국장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가 언론사에 직접적인 인사조치를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민 대변인은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여러 가지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또 다른 의견을 주면 그것도 전달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면담 뒤에도 농성을 계속했지만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임하기로 하고, 길환영 KBS 사장이 찾아와 “진심으로 사죄한다. 돌아가는 즉시 보도국장의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밝히자 농성 12시간여 만인 오후 3시50분쯤 자진 해산했다. 박준우 수석은 이날 오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김 국장의 사퇴와 관련해 “언론기관이 하는 일에 대해 청와대가 말하기가 어렵지만 (유가족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사안이 굉장히 심각해 KBS에 최대한 노력해달라고 부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농성엔 유가족 120여 명뿐 아니라 외부인사도 가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진선미·부좌현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금속노조 소속 노조원, 민변 소속 변호사 등이 동행했다. 김 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고 당의 세월호 사고 대책위 상황실장도 맡고 있어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6시쯤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 김모(44)씨가 자택에서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자살하려다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다. 카카오톡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것을 본 친척이 신고해 구조대가 출동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허진·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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