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 이젠 필수가전 … 1조대 시장 경쟁 치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LG전자가 다가오는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휘센 제습기 라인업을 확대한다고 8일 발표했다. 3월 초 국내 첫 프리미엄 인버터 제습기를 예약 판매한 데 이어 12일부터 디자인과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신제품 3종을 출시한다는 것이다. 습도 높은 장마철이 아직 한 달 이상 남은 봄철이지만 전자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습기 잡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올 3월 ‘초절전 삼성 인버터 제습기’를 내놓은 삼성전자도 지난달 ‘피겨퀸’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내세워 TV 광고까지 시작했다. 위닉스와 위니아만도·동부전자 등 중견 제조업체들 역시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제습기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습기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연간 1만~2만 대가량만 팔리는 틈새상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판매량이 8만 대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130만 대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최소 25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판매 금액으로 보면 연 1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 어느 날 갑자기 매년 2~3배씩 성장하는 이유는 날씨 변화와 주부의 입소문이었다. 위니아만도가 ‘딤채’ 브랜드로 출시한 김치냉장고가 ‘김치가 시지 않는다’는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급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제습기는 기후변화의 결과물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한반도 기온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0.18도씩 오르고, 강수량도 매년 21㎜씩 늘어나고 있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고민하던 일부 주부들이 제습기를 쓰기 시작한 뒤 그 효과가 앞집, 옆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며 “이후엔 비닐하우스나 지하 음식점, 곰팡이 생기는 노후주택과 같은 습기가 많이 차는 곳에서도 찾게 되면서 장마철뿐 아니라 연중 팔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제습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생산·판매업체도 최근 40여개 사로 늘었다. 20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제습기를 생산하던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조해 온 위닉스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후 제습기 시장이 뜨면서 중소제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위니아만도가 2012년 제습기를 출시했고, 2013년엔 위닉스가 OEM을 중단하고 ‘뽀송’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도 동부대우전자와 신일산업·대림통상·롯데기공·파세코 등의 기업들이 새로 제습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습기 시장의 선두주자는 중견기업 위닉스다. 냉장고 열교환기 부품회사로 연 매출이 1000억원도 되지 않던 중소 제조업체였지만 제습기 시장에서 급성장해 지난해 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현재 위닉스의 국내 제습기 시장 점유율은 약 50%. 다음으로 LG전자가 20%, 삼성전자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제습기의 원리는 에어컨과 차이가 없다. 공기를 빨아들여 온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나오는 습기를 모아 제거한다. 에어컨에도 제습 기능이 있지만, 제습기는 이동이 편리한 데다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어 인기다. 위니아만도 김만석 부장은 “제습기의 전력 소모량은 에어컨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습도를 낮춰 쾌적한 느낌을 준다”며 “찬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과는 달리 방풍구에서 더운 바람을 내보내 실내온도가 조금 올라가는 단점이 있어 선풍기와 같이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제습기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절전 기능이 있는 인버터제습기의 경우 대부분 50만원 이상으로 비싸다. 삼성 인버터제습기는 하루 제습용량 15L 기준 60만원가량이며, 8일 발표한 LG전자의 일반 제습기는 같은 용량이 48만원대다. 위닉스의 뽀송이(16L)는 40만원대 중반, 위니아만도(16L)는 50만원대 중반이다. 중국에서 OEM으로 들여온 중소기업 제품(6L)의 경우 10만원대 중·후반인 경우도 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