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정년』은 너무 빠르다|의학계·여당서 재검토론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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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창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도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할 기회를 뺏는 현행 정년제도는 시정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평균 55세 정년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일반사회단체·학계·정계에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정년 연장문제는 평균수명 연장과 노인인구의 증가에 의한 사회의 고령화가 배경을 이루고 있다.
50년대까지 겨우 45세 안팎이었던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현재 남자 66세, 여자 70세로 평균 68세(75년)로 늘어나 50세 이상 인구의 급격한 증가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각급 공무원을 비롯해서 국영기업체 몇 일반기업체에서 일반적으로 55세 정년제를 채택하고 있어 일자리를 잃고 할 일없이 소일하는 고령자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노인성 정신질환 및 노인의 자살 등 심각한 노인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만약 어떤 사람이 단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에서 물러나라고 압력을 받게 되면 그는 곧 자신은 무용지물이라고 자탄하고 자신의 삶을 오히려 저주스럽게 생각, 오래 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그러한 심리적 허탈이나 소외감이 바로 심각한 노인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평균수명 연장됐다>
의학계에서는 나이가 들면 사회나 직장에서『쓸모 없는 존재』가 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정년제에 근본적인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심신의 기능이 크게 떨어져 맡은 바 직무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종래의 생각은 지극히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늙게 되면 몸의 기능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것일까. 일본의 노동과학 연구소장 「사이또」박사가 가 20∼24세 군과 50∼59세 군의「샐러리맨」·공장 노동자·농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심신의 기능을 비교조사, 작성한「노년기의 심신기능 저하도」에 의하면 나이가 들면 평형·감각기능·질병에 대한 저항력·피로 회복 력·학습능력·기억력 등은 눈에 띄게 저하되나 근력·운동기능·폐활량·기초대사·작업능률·분석과 판단력·계산능력·관절의 기능 등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작업능률 안 떨어져>
또한 우리 학자의 실험에 의하면 비록 늙는다고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생리적인 나이 차가 있다. 예컨대 35세에서 8년, 45세에서 12년, 65세에서 16년, 75세에서 18년, 80세에서 20년이나 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오랜 체험에서 얻어지는 노련함과 원숙함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노인은 결코 그 사회나 직장에서「쓸모 없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년퇴직을 시키기보다는 고령자를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체력관리를 위한 시설을 갖추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게 의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편 여당에서도 이 문제를 정책과제로 삼고 정년을 5년쯤 더 연장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매년 늘어나는 젊은 노동인구를 흡수하는 방안이 강구되지 않는 한 정년 연장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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