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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씨의 미 의회 증언 전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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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욕24일 합동】미국신문들과의 회견으로 말썽을 빚은 데 이어 미 하원국제관계소위에서의 증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김형욱 전 중앙정보 부장을 반정부 노선으로 돌게 만든 주요배후 조종인물은「워싱턴」에서 주도적인 반정부 활동을 하면서 여기자로 행세하는 문명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인도 극구 반대>
김형욱씨가 문명자의 조종과 압력을 받게 된 계기는 김씨가 문에게 소위「김대중씨 납치 자 명단」을 쪽지에 잘못 써 준 데서 비롯되었다고 정통한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다.
그 쪽지는 박동선씨 사건이 터지기 훨씬 전 아마도 약 2년 전에 김대중씨 납치사건에 관한 김형욱씨의 이야기를 듣던 중 문명자가 김씨에게 RCA용 1백50자 원고지를 내밀면서 「볼펜」으로 누구누구인지 써 가면서 설명해 달라고 하자 김씨는 이 쪽지가 그에 대한 협박수단이 될 줄은 전혀 생각 못하고 열변을 토하면서 이름을 적어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은 이 쪽지에 적혀 있는 명단을 일본 모 통신기자에 제공, 지난 2월 일본의 신문 등에 보도되게 했다.
문은 그후 김씨에게 이 자필쪽지가 보도되었기 때문에 김씨의 귀국은 불가능하며 또 생명도 위험할지 모르니 하루빨리 망명성명을 내고 반정부 대열에 들어오라고 독촉하면서 만일 김씨가 반정부 세력에 가담하지 않으면 김씨를 미국에서 추방시키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김씨의 부인은 김씨가 만일 반정부 대열에 가담하면 헤어지겠다고 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복 두려워 불안>
그의 부인은 김씨가「뉴욕·타임스」의 「리처드·핼러런」기자와「인터뷰」하려는 계획도 만류했으나 결국 실패했음을 그 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인했다.
문은「워싱턴·포스트」지와「뉴욕·타임스」지에도 김씨와의「인터뷰」를 주선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문의 배후에서는 언제나 그녀의 남편 최동현(도널드·최)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설에는 김씨와「핼러런」기자의「인터뷰」에서 통역을 맡은 사람이 바로 최 라는 얘기도 있다.
김씨는 「인터뷰」한 바로 다음날(6월2일) 측근에게 「뉴욕·타임스」지와 회견한 사실을 밝히면서 문명자에게 잘못 걸려들어 「인터뷰」를 했다고 실토했다는 말도 있다.
김형욱씨는 지난 73년 초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건너온 이후 반정부 노선으로 돌기 이전부터 물질적으로는 미국의 어느 억만장자 부럽지 않게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무척 불안해하는 일종의 피해 망상적인 환자 같았다고 측근은 지적했다.

<"나 김 부장이야">
그가 정신적으로 편안한 날을 보내지 못한 것은 혹시 자기가 중앙정보 부장 재직 시 권력 남용으로 고통을 준 사람들로부터 보복을 당하기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항상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한 측근은 말했다.
그래서 김씨는 미국에 온 후 첫해는 늘 경호원을 주변에 두었었다.
그는 또한 자신이 아직도 중앙정보 부장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지금도 전화를 받으면『나 김 부장이야』하고 과거의 호칭을 즐겨 쓰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한국에서 고위층 인사가 오면 자기를 찾아와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뉴욕」에 왔다가 그냥 지나가는 고위인사들에게는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수개월 전까지 15만「달러」 상당의 주택에서 지내다가 그후 옆 동네인「알파인」의 30만「달러」상당의 호화주택으로 이사와 살고 있으며 가구만도 약 20만「달러」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한 측근은 평가한다.
그는 승용차도 대당 약3만「달러」하는「벤츠」차 3대를 소유하고 있어 이곳 동포사회에서는 그가 얼마만큼의 돈을 서울로부터 가져 왔느냐가 관심거리로 돼 있다. 일설에 의하면 5백만「달러」상당을 갖고 왔을 것이라고 한다.

<"자필 아니다" 부인>
결국 김씨는 자신의 말처럼 문에게 이용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문제의 쪽지에 적힌 명단이 일본신문에 보드 된 후 김씨의 자필이라는 문의 자신 있는 태도와는 달리 일설에는 자필이 아니라는 말도 있고 해서 지난 2월26일 기자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고 그 쪽지가 자필이냐고 묻자『내가 미친 줄 알아. 내가 미쳤다고 문명자에게 그런 것을 써 주어』하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문이 자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마구 비난했었다.
문은 남편 최 와 함께 한국의 한 고위외교관에게 접근을 시도한 후 그 외교관이 망명할 것이라고「뉴욕·타임스」와 일본의 NHK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엉터리로 판명돼 그녀의 체면이 깎이자 그 체면 만회 책을 궁리하던 참에 교묘한 수법으로 김씨에게 밀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문은 지금 출처도 알 수 없는 자금으로『미아「뉴스서비스」』라는 간판을 내걸고 기자행세를 하지만 실은 기자다운 기자가 아니다.
한때 거의 무보수로 한국 몇몇 신문의 통신원·특파원으로 전전한 후 마지막에 모 방송 특파원이었다가 교체발령을 받자 눌러 앉은 문은 그의 비위에 거슬리는 한국 특파원이나 교포에게는 뚝하면『한국 중앙 정보 부의 앞잡이』라고 몰아붙인다.

<기자에 협박전화>
이곳 교포사회에서는 지난 71년 김대중씨가 대통령 후보로「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김씨의 동정을 낱낱이 한국 공관에 제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기자는 금씨가 미국신문들과 회견한 후 그의 심경이 어떠하며 그가 말한 대로 정확히 인용 보도됐는지를 확인하려고 취재하던 중 8일 밤10시께(현지시간) 김씨로부터『네놈의 새끼 당장 죽일 테다. 어디서 까불어 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한 나를 정신이상자로 몰아』하는 협박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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