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고뇌』-「우나무노」저 장선영 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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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미 『생의 비극적 감정』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페인」의 신학자 「우나무노」의 이번 번역서는 그가 1924년 「프랑스」에 망명하고 있을때 저술된 작품이다. 그의 글의 난해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그의 광활한 사색의 넓은 세계에 대항 자유분방한 필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나무노」의 사상은 「키에르케고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계보에서 살폈을 때 그 윤관이 뚜렷해진다. 결국 그는 「패러독스」에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길밖에 없음을 단언하였던 것이다. 까닭에 갈등과 고뇌가 우리의 참모습이 되었다고 본 것이다. 전쟁을 하면서 평화를 찾고, 평화를 추구하면서 전쟁을 해야하는 모순, 그리고 공산주의는 개인의 가치에 대한 모색을 거부할 수 없고, 급진 개인주의는 공동체의 구성을 갈망하는, 이런 역리 속에서 우리는 피해 나올 수 없다고 그는 갈파한 것이다.
그는 기독교의 경우에도 그것이 「역사 밖의 신앙」이라고 계속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아울러 투쟁과 논쟁의 역사 안에서 그 참 모습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신앙은 「다윗」의 최후까지 그에게 온기와 사랑을 안겨다 주었던 「수녬」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모성애적 처녀성을 가지고 고뇌하고 번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았다.
관념과 논리가 아닌 생명과 성령의 힘, 교리가 아닌 사람의 현존 그것밖에 현대인의 불행을 치유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번역에서 「승방」「승려」와 같이 불교적 경향이 있는 글로 교회 용어들을 쓴 것이 눈에 걸렸지만, 난해한 글을 쉽게 번역했다고 생각한다. 역자는 「스페인」어학자로 외대교수. 【민경배(신학·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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