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고 있는 한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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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정과 낭만이 넘치는 『잔잔하고 푸른 물결」의 「다뉴브」강』도 심한 오염 때문에 회색으로 변해 버린지 오래된다고 한다.
「라인」강이나 「템즈」강과는 달리 「다뉴브」강의 소생이 가장 어려운 까닭은 이 강이「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체코」·「헝가리」·「유고」·「루마니아」·「불가리아」의 8개국을 관류하고 있는 특수사정 때문이라 한다.
「다뉴브」강을 되살리기 위한 대역사는 체제의 상리와 국가간 이해를 초월한 연안제국의 협력과 공동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이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같은 어려움도 없는 서울의 젖줄 한강이, 물고기 떼가 헤엄치고 선유가 가능한 맑은 강이 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한강이 나날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조사보고는 이미 수 없이 있어왔다. 실제로 서울부근 한강에선 오래 전부터 물놀이가 안될 뿐 아니라, 악취가 코를 찌르고, 여기서 잡힌 고기는 심한 기름냄새가 나고, 심지어 작년 8월엔 행주산성 앞강에서 공해 탓으로 생긴 곱사등이 잉어가 잡힌 충격적인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던가.
『한강은 죽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실태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돼 한강오염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경고해주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부실 한국육영학회「팀」과 본사합동으로 이뤄진 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강유성 5백㎞가 공장폐수·하수·노폐물로 몹시 더러워져 서울부근은 식수와 생활용수는 고사하고 공업용수로도 부적당하다는 것이다.
서울부근 한강 물은 강원도 정선·영월 등 상류보다 10배 이상 오염돼있고, 청계천·안양천·욱천·홍제천 등 한강지류는 상류보다 무려 1백 배나 오염돼 있다니 불안감과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한강 물은 7백50만 수도 서울시민과 70만 인천시민을 비롯한 수백만 유역주민의 생명원인 것이다.
따라서 그 수질이 허용기준치를 넘을 만큼 오염되고 있다는 것은 곧 8백만명의 보건과 생명을 위협하고있고, 또한 공업용수·농업용수로서의 긴요한 자원구실을 저해하고 있다는 중대사실을 말해준다는 것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한강이 「심묵의 강」으로 돼버리는 비극을 막고, 맑고 깨끗한 강으로 되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공해에 대한 바른 인식과 공해원을 사전에 철저히 봉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우리사회엔 이것이 부족한데, 예를 들면 6백 50만원이란 엄청나게 비싼 값을 주고 「레코드」를 구입하면서도 단돈 10여만원의 자동차배기「가스」 정화기를 달지 않는다거나, 1년에 수백억의 수재을 올리는 기업체가 고작 10억원 정도면 족한 폐수처리시설을 하지 않거나 설치한 것도 운전하지 않아 대기오염·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도 「오염자 비용부담 원칙」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샘이다.
한강의 수질정화를 위해선 이제 공장폐수처리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때다. 한강에 계속 폐수를 흘려보내는 공해업소는 타 지역으로 이전시켜야 하며, 과중한 비용 때문에 폐수처리시설을 하기 어려운 영세군소 업체에 대해선 시가 처리를 대행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하는 방안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다음은 한강에 하루 1백만t 이상의 탁수를 쏟아 넣는 안양천 등 대소 35개 하천의 하수를 처리하는 문제다. 서울시는 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광역하수처리장」건설에 착수하고 있으나 한강상류 영월·정선·양주 부근 20여개의 광산·화공섬유 공장과 덕소의 제지·조미료 공장에 이르기까지 폐수는 물론 쓰레기·분뇨까지 한강에 방류시키고 있으니 여기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한다.
또 공공건물과 「아파트」도 자체정화시설을 구비하고 일반가정에서 배출하는 하수도 공동정화조 시설을 통해 일단 거른 뒤에 흘려 보내도록 해야한다.
이와 함께 「매스컴」·시민운동단체 주도하의 범시민적인 『맑은 한강 되찾기 「캠페인」』도 적극 전개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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