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리잡는 새 블록...아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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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8월8일로 창설 10주년을 맞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작년이후 지역협력기구로서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다.
작년2월 「발리」섬의 ASEAN 5개국정상회담에서 「우호협력기본조약」을 서명한데이어 금년 2월엔「쿠알라룸푸르」에서 경제각료회의를 열어 「우대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오는 8월엔 다시 일본수상까지 초청한 ASEAN 정상회담을 개최 할 준비를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싱가포르」- 「필리핀」, 「필리핀」-태국 양국 간 정상회담, EEC-ASEAN협력회의, ASEAN 석유회의 등등 기구의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한 대내외 활동이 부쩍 늘었다.
그동안의 성과는 역내관세를 전 품목에 대해 10%인하하고 「아세안·프로젝트」라 해서 각 국에 공동출자형태의 「플랜트」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세안·프로젝트」는 1차로 ▲「싱가포르」에 「디젤·엔진」공장 ▲「인도네시아」와「말레이지아」에 요소비료공장 ▲「필리핀」에 과인산비료공장 그리고 ▲태국엔 「소다」회 공장을 각각 건설한다는 것인데 건설비용은 공장이 세워지는 나라에서 60%, 나머지40%는 기타 4개국에서 10%씩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역내관세의 10%인하나 「아세안·프로젝트」는 ASEAN의 지역협력기능을 다지는 야심적인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실시단계에 들어가기까지는 「우대무역협정」이 각 국 정부에 의해 비준되고 GATT(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형식절차 외에 산업발전이 뒤진 회원국들은 조기실시를 반대하고있어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역내관세인하에 가장 적극적인 「싱가포르」와 「필리핀」두 나라가 우선 양국간의 무역에서부터 10%관세인하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인도네시아」같은 나라는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워했다.
「인도네시아」가 관세인하실시를 꺼리는 이유는「싱가포르」의 공업제품이 값싸게 들이닥치면 자국의 공업은 성장하기도전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 것이라는 계산 때문.
ASEAN의 역내무역을 보면 「인도네시아」는 자국내 전체무역 중 15%를 차지하고있는데 그중 70%를 「싱가포르」와 거래하고있으며 25%를 ASEAN국가들과 교역하고있는 「말레이지아」도 대 「싱가포르」비중이 70%를 넘고있다.
태국은 역내교역량의 30%를 「말레이지아」, 40%를 「싱가포르」와 하고있다.
반면 「필리핀」은 전체교역량 중 역내 거래분은 2%밖에 안 되는 데다 수출에서 50%이상이 「싱가포르」로 나가고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관세인하로 가장 덕을 보게되는 나라는 공업력이 발달된 「싱가포르」와 역내무역비중이 적으면서 대 「싱가포르」무역비중이 높은 「필리핀」두 나라이다.
난관은 또 있다. 각 국간 이해문제가 상충되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예컨대「말라카」해협을 둘러싸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는 관할권과 공해문제를 내세워 이 해협을 국제수로로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반해 그렇게되면 국제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될 「싱가포르」는 자유항해에의 어떤 제한에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아세안·프로젝트」도 각 국간 기존공장과의 중복 내지 경쟁관계 등 문제가 많아 현재까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만 타당성조사를 끝냈을 뿐이다.
이러한 문제점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ASEAN은 EEC같은 지역협력기구를 지향, 계속 성장해나갈 것이라는 것이 태국 「말레이지아」싱가포르에서 만난 경제인들의 한결같은 희망적 견해였다.
「말레이지아」에서 무역업체를 비롯, 20여개 자매회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우다·신볼·그룹」의 한 중역은 『ASEAN의 자원을 무기로 대외적으로 공동대처하고 대내협력을 강화하면 강력한 경제「블록」이 될 것이며 사실상 비관적인 요소보다 낙관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고 ASEAN의 「블록」화를 자신 있게 점쳤다.
「아세안」은 전 세계생산량 중 천연고무 및 「팜·오일」에서 80%이상, 주석·「코코넛」등은 65%이상을 점하고있으며 기타 원목·쌀·설탕·원유 등의 자원무기를 확보하고있다.
ASEAN국가 중 공산세력의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있는 태국은 본격적인 군사협력기구로까지 발전시키고자 하나 아직은 시기상조다.
ASEAN의 경제적 결속은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그만큼 경쟁관계가 불리해지고 수출길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인구 2억3천만명의 ASEAN지역은 연간2백50억 「달러」(76년 기준)를 수입하는 광활한 시장인데도 우리 나라는 고작 1억7천만「달러」어치를 수출, ASEAN 5개국의 총 수입에서 0.7%의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있는 실정이다.
수출시장으로서 뿐 아니라 자원확보라는 전략적 측면에서도 ASEAN의 움직임은 주시되어야 하고 대응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싱가포르=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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