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득표작전 만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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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종로-중구 보궐선거의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보궐선거는 밖으로 드러나는 선거「붐」보다는 안으로 파들어 가는 각 후보들의 치열한 개인득표공작이 특징. 선거법 상 허용된 선거운동방법은 ▲합동연설회 ▲공동선전벽보 ▲선거공보 등 3가지뿐이다. 많은 후보들은 법망 안팎을 넘나드는 가지가지 교묘한 방법을 총 동원, 득표작전을 벌이고 있다. 유세장의 박수부대동원과 같은 가시적 작전에서부터 은밀한 봉투 건네기와 같은 눈에 안 보이는 선심공세에 이르기까지 득표공작의 방법은 가지가지.

<운동원을 후보로 위장>
「최단시간 내 최다의 유권자접촉」이 득표작전의 기본.
상당수 후보들이 남산 사직공원 삼청공원 등 새벽산책 「코스」에 나오는 조기회원접촉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기독교후보들은 어김없이 새벽기도회에 참석.
정대철 후보는 부모인 정일형·이태영 씨와 함께 3인이 새벽5시부터 각자 다른「코스」로 산책길에 나서는 가족동원 접촉형이다.
시장·주택가 골목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산책」하는 후보도 많다.
상점에서 물건도 고르고 더러 사기도 하면서 말을 건네고 측근이 『○○○후보이십니다』고 귀뜀하는 것이 정석.
호별방문·명함 돌리기는 금지돼있지만 합동연설장 구석구석에는 버려진 후보명함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이 상례. 호별방문도 상당수 후보들이 친지방문이란 핑계로 은밀히 하고있다.
P후보운동원은 스스로 『종로구변두리에 3만장의 명함을 돌렸고 수백 가구를 호별 방문했다』고 털어놓았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유권자를 접촉하는 한 방법으로 운동원을 후보로 위장, 유권자와 인사를 나누게 한 궁여지책도 나왔다는 얘기.
유권자접촉의 또 한가지 방법은 전화 걸기-.
함순성 후보는 하루 2시간 정도는 미리 뽑아둔 유권자 집에 전화문안을 드린다고 했다. 통화내용은 인사와 함께 가벼운 자기소개인데 유권자와 제대로 대화가 되는 경우는 그저 50%선이라고.

<2시간정도 전화문안>
동창·동업자·동향 등 「동」자 연고와 종교·종친·직능단체의 유대 등이 후보들의 가장 큰 득표기반.
예컨대 김문원 후보는 중앙고·서울대문리대의 학연을, 김의종 후보도 동국대·강릉상고의 학연을 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고 오제도·박인각 후보 등은 교회를 주요 활동무대로 삼고있다.
고명관 차경주 후보들도 동창들의 도움을 받고있다. 유일한 여성후보인 한상필씨만은 『개인운동을 않고 사무실에 나와 있다가 집에 돌아가 빨래도 하곤 한다』고 초연한(?)입장.
선거운동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북출신이 많은 중구에는 오제도 박인각씨 등이 주로 침투하고있고 중구 가운데서도 호남출신이 많은 양동·도동 같은 지역은 박정훈 강근호(전북출신) 후보 등이 기반으로 자부하는 곳.
김의종·김문원 후보는 불교와의 친분을 두텁게 하고있다는 얘기고, 요식업협회장인 함순성 후보는 지역 내 음식점순방이 중요한 일과의 하나.
이연국 후보도 모 종교단체와 특수한 「인연」이 있다는 것.
교육계 출신 최재원 후보는 제자·학부형을 기반으로 움직이며, 정의철 후보는 청년회와 서울출신의 강점을 십분 활용.
신인우 후보는 이 지역에서의 6대 당선기반을 재조직하면서 『어느 후보가「곡다」(술)를 내고 어느 후보가 좌담회를 하는지 손바닥 보듯 환하다』고 장담.

<하루경비만 40만원>
선심공세·자금살포로 인한 말썽은 별로 없으나 「돈」과 관련된 얘기만은 적지 않다.
박수부대동원에 『1인당 5천원씩 줬다』는 얘기는 연설회 주변에 흔하게 나돌았고 『현충일의 국립묘지행사를 위해 동숭동 「아파트」에 모 후보측이 2대의 「버스」를 제공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동숭동 「아파트」는 9천여 유권자가 밀집한 「표밭」. 이곳과 함께 비교적 생활이 어려운 유권자가 몰려있는 양동·도동을 「잡기 위해」모 후보는『주먹부대를 샀다』는 얘기도 있다.
선거법 상 허용된 선거운동차량은 2대인데 『K후보는 10대의 승용차를 굴린다』는 얘기. 허용된 자금한도는 약8백만원 선이지만 실제로 이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게 주변의 공통된 설명이다.
『O후보는 투표일 하루 전에 봉투 돌리기를 위해 1천만원을 준비했다』『3천만원 줄테니 후보를 사퇴하라는 협상제의가 들어왔다』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돈」얘기의 단가는 높다.

<매스컴 타기 우회작전>
반면 연소한 C후보 같은 이는 7일『준비했던 1백80만원을 다 쓰고 앞으로는 돈 안 드는 전화 걸기나 해야겠다』고 실토.
K후보 같은 이는 『하루 경비만 40만원 정도 든다』면서 『적게 써도 1천만원은 들어가겠다』고 했다.
대체로 후보들은 종로-중구에 각 1개씩 두개의 사무실과 여관 2개 정도를 쓰고 있고 운동원·차량 등에 상당액의 고정경비를 지출하는 실정.
과거 다른 선거에 비해 흑색선전·「매터도」등 이른바 「낭설작전」은 적은 편이나 『나에게 오더(지시 또는 명령)가 떨어졌다』는 말을 퍼뜨리는 후보로 있다는 소문.
「매스컴」을 타기 위해 후보들은 개인성명발표·소송·선관위에 대한 질의 등 우회적 선전방법도 동원하고있다.
오제도 후보는 선거연설이 아닌 반공계몽강연 등 자기가 평소 해온 일반강연을 해도 좋으냐고 선관위에 물었고 박정훈 후보는 소송을, 김문원 후보는 성명을 각각 발표.
또 오 후보는「카터」미국 대통령에게 미군철수반대의 뜻을 전하는 사신을 발송.
이름내기의 한 방법인지 모르나 지난 현충일에는 많은 후보들이 국립묘지에 화환을 보냈고 일부후보는 4·19묘지에까지 화환을 보냈다. <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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