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판정은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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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카터」대통령의 철군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던「싱글러브」소장은 이런 종류의 말썽의 정석대로 21일 주미8군사 참모장 자리에서 직위 해제되는 엄중한 견책을 받았다. 그런데도 백악관은 「카터」가 「싱글러브」를 직접 만나보고 노여움이 어지간히 풀린 탓으로 그 정도의 견책으로 그쳤다는 점을 기자들에게 슬쩍 흘리고 있다. 「카터」의 노여움이 대단했다는 의미도 되고 앞으로도 「카터」의 정책에 도전하는 장군이나 고위관리의 운명을 경고 조로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카터」의 신경질적인 반응에는 찬반론이 마주서고있다. 「포드」는 재빨리「싱글러브」문책을 지지했고, 미국신문들은 「싱글러브」에게 동정적인 기사를 싣고 있다. 하원군사위는 그 보수적인 체취를 반영하여 「카터」조치지지를 보류하고 「싱글러브」를 증인으로 불러서 그 사람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싱글러브」가 25일의 청문회에서 어떤 말을 할지가 주목된다.
「카터」대통령의 강력한 소환조치가 단순히 철군협의전야라는 시기 같은데만 동기가 있지는 않다고 판단된다. 거기는 「카터」「콤플렉스」라고 부를만한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터」대통령은 「워싱턴」에는 정치기반이 일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베시」주한미군사령관이나 「웨이스너」같은 고위 장성들의 철군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 할 때마다 불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전국적인 파문을 일으키지 않고 문책할 수 있는 수준의 계급인 「싱글러브」소장이 등장하여준 셈이다.
백악관의 주장으로는 철군이 북괴의 남침을 유발한다는 주장 자체가 북괴의 남침을 고무한다는 것이다. 「싱글러브」장군사건은 그에 대한 직위해제로 공식적으로는 일단락 됐다. 그러나 「카터」대통령은 「파웰」백악관대변인과 「브라운」국방장관을 시켜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거듭 다짐했다.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뻔했던 철군 안은 공개적으로 여론과 의회의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싱글러브」라는 개인의 희생으로 한국에서의 철군이 「당연지사」는 아니라는 게 명백해진 것이다.
대통령과 소장의 대결이라면 일단 판가름은 뻔하다. 그러나 역사적인 승부판정은 남아있다. 「트루먼」과 「맥아더」대결의 판정이 군사상·정치상 아직도 논란되고 있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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