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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회복 '장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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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카드회사의 부실화 우려 등으로 빚어진 채권시장의 불안이 정부와 카드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고채 등 초우량 채권만 거래될 뿐 회사채는 신용도에 관계없이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다. 3일 열리는 금융정책 협의회에서 강도 높은 안정책이 나오기 전에는 채권시장 마비 현상이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 양극화=국고채와 통화안정채권 등 우량채권에만 거래가 몰리는 반면 카드채와 회사채는 거래가 극히 부진한 '채권 편식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별 수익률의 편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61%로,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기 전(3월 10일 4.65%) 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5% 중반을 유지하던 카드채 수익률은 한때 9%까지 오른 후 현재는 7%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대한투신증권 이병렬 채권운용팀장은 "카드채에 대한 불안심리가 여전해 수익률이 높아도 매수자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카드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신사들이 일제히 카드채 전용펀드를 내놨지만 돈이 몰리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이 처음 내놨던 사모(私募) 카드채펀드에는 당초 설정액의 3분의1 정도만 모집됐다. 투신사들은 카드채 전용 공모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수요가 없다고 판단해 발매 계획을 취소했다.

채권 유통시장이 마비되면서 발행시장까지 위축되고 있다. 지난 2월 1조3천억원에 달했던 카드채 발행 물량은 지난달 2천4백억원으로 줄었다. 그나마 지난달 11일 이후에 발행된 카드채는 9백억원(3건)에 불과했다. 회사채 발행 물량도 지난달 3조원에 그쳐 전월에 비해 25%가 줄었고, 그나마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장마비 장기화 우려=정부는 채권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카드채와 기업어음(CP)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카드사에 5조원의 크레디트 라인(신용대출 한도)을 열어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 증권)의 발행은 일단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한 투신업계 관계자는 "CBO를 발행하되 후순위채는 카드사나 카드사의 대주주에게 넘기고, 선순위채를 시장에서 돌게 해야 시장이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며 "채권만기 연장으로는 불안요인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계열 카드사에 대한 증자 참여 소문이 나돌아 해당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대기업과 은행이 계열 카드사가 망하게 내버려 두겠느냐는 논리만으로 시장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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