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이긴 민족슬기" 해외에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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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0여년간 배우고 가르친 영어를 이용,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고 싶은 욕심에서 우리 고전의 영역을 시작했다.』 최근 이충무공의 『난중일기』를 처음으로 영역 출간한 하태흥 옹(영문학자)은 1960년대 초부터 시작한 고전 영역의 동기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 71년엔 『삼국유사』를 영역 출간한바 있는 하옹은 7순이 훨씬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난중일기』에 이어 『고려사』번역에도 착수, 이미 『세가』편의 대부분을 번역해놓았다.
금년으로 영어를 깨친 지 60년이 된다고 말한 하옹은 15세 때부터 고향 전주에서 선교사로부터 초급영어를 배우고, 조선신학교 문학부(현재의 연대)에서 「언더우드」박사로부터 고급영어를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유년시절에 익힌 한문이 고전국역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옹이 72년부터 꼬박 5년을 두고 『난중일기』를 번역하면서 가장 힘겹게 생각한 것은 순수한 한문 식 표현과 이독의 번역. 특히 동양적인 표현방식이 서양과는 판이하기 때문에 고충이 많았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우리 나라 고유의 관직명과 관제도 번역에 사나흘씩 고민해야했던 부문이라고 말했다. 영의정·좌우의정·삼도수군 통제사 등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1주일씩이나 관계학자와 미국인을 만난 끝에 결정했다고 힘겨웠던 점을 털어놓았다.
1920년대 연대야구부의 명「피처」였기 때문에 그 때의 팔 힘이 아직도 집필 생활에 도움을 준다고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특히 조용한 밤에는 좋은 영어문구가 많이 떠오르기 때문에 낮에는 자고 밤에는 번역하는 「부엉이 생활」에 익숙해 졌다고 말했다.
번역하는 동안 이충무공의 진정으로 나라사랑하는 충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 하옹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우리 나라의 고전을 모두 번역, 해외에 한국인의 슬기를 알리겠다고 포부를 펼쳤다. <박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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