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의연한 자세로 대처하자|이맹기<재향군인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 나라와 자유우방인 미국 두 나라만큼 밀접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경우도 결코 흔하지 않다.
『국제사회에 있어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고 하지만 한미 관계에만은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 하겠다.
구한말인 1882년 「조·미통상조약」체결이후 1백년 가까이 되는 현재까지 한미 사이에는 한번도 모순·대립관계를 빚은 일이 없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위한 미국의 큰 역할은 말할 것 없고 6·25동란 때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하여 공산군의 침략을 격퇴하는데 많은 희생을 치렀으며 국제외교무대에서도 적극적으로 한국을 지원했다.

<철군, 긴밀안 유대위서>
이같은 미국의 물심양면의 도움에 대해 한국은 또한 응분의 보답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월남의 「정글」에서 미국이 곤란에 처해 있을때 자유진영제국이 좌호우면 하면서 기피한 월남 파병을 우리는 흔쾌히 실행하여 미국의 입장을 크게 도와줬다.
그리고 동남아 반공국가들에서조차 가끔 일어났던 반미적 사태가 우리에겐 전무했다. 정부·국민 할 것 없이 누구 한사람 『양키·고·홈』을 외치지 않았다.
한미 두나라의 관계는 이처럼 혈맹관계를 굳건하게 이어왔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주한 미지상군의 단계적 철수도 이 같은 긴밀한 한미유대의 기조 위에서 협의 진행되어야 한다. 만일에 사소한 견해차가 생기는 경우라도 전통적 우호와 이해에 입각하여 원만하게 그리고 우의를 보다 돈독히 하는 방향에서 타결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한미방위 조약에 의해 주둔하고 있다고 할 미군병력은 그동안 전쟁 억지력으로서, 그리고 동북아의 세력균형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물론 주한미군이 독립국가인 한국에 영구히 주둔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철수의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에 앞서 이룩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힘의 공백」 적극 보완을>
이 철수의 선행조건은 「힘의 공백」을 한국군의 전력증강으로 보완하는데 있어 최대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점이야말로 미군철수에 따르는 북괴의 오판을 막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카터」 미대통령은 한국군의 전력증강을 계속해 돕는다고 했다. 또한 유사시엔 한미상호방위조약 규정에 의해 즉각 군사적 개입을 하게 될 것이라는 국방·국무관계 고위책임자의 공언을 우리는 믿는다.
다음은 미군의 현상변경에 앞서 「유엔」의 안보대안으로서 주변 4대국이 보장하는 남북한 사이의 불가침 협정 체결등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소를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엔」군 사령부의 장래문제·휴정협정과 군쟁정전위원회 문제·작전지도권의 귀속문제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안전장치와 보장책이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성급한 미군철수는 북괴의 도발 모험심을 자극하게 될지도 모르며 미국의 자유우방에 대한 공신력과 위신에 손상을 입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도 이미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의연한 자세로 주한 미군 철수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야만 하겠다.
한편 우리 나라는 이미 장차에 있을 주한 미지상군의 철수를 예견하고 이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 왔다.
국군전력중강 5개년 계획·방위산업육성·포항종합제철의 설립 등이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의 국방자립도는 핵무기와 전투기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북괴보다 우위에 있으며 우리의 전력이 북괴의 단독공격을 저지할 단계에 도달하고있다.

<군사력, 북괴보다 우위>
군사력 뿐 아니라 경제력에서도 북괴를 압도하고 있다. 국민 총생산만 하더라도 우리는 북괴의 5배가 넘는 1백84억「달러」다. 6·25 당시와는 모든 면에서 천양지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조금도 불안하거나 초조해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일부 식자간에는 6·25때의 무방비 상태에서의 북괴 침공의 참상을 연상하여 기피하는 이가 있지만은 오늘의 우리 국방력은 추호도 염려할게 없으며 이러한 패배적인 의식구조는 완전히 불식할때가 온것이다.

<스스로 활로 개척해야>
그러므로 굳은 신념과 자신감을 가지고 오늘의 국난을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겠다.
인구 1천5백만명에 불과한 자유중국이 8억이 넘는 강대한 중공과 맞서 굴함이 없이 「자립자강」의 자세로 떳떳이 번영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또 3백만명의 인구를 가진 「이스라엘」이 1억이 넘는 적대적인 「아랍」·「아프리카」 세계의 포위 속에서도 민족적 생존을 향유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려는 민족·국가만이 살아남아 영광을 누릴것이니 이런 입장에서 우방 미국과의 주한미 지상군 철수문제도 원만히 통합 조정하도록 해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