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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크루즈 외유' 선주협회 로비 철저히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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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이 선박회사 이익단체인 한국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관피아’(관료 마피아) 논란의 진원지인 선주협회의 돈으로 여야 의원들이 크루즈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의원들이 후원의 대가로 선박회사에 유리한 입법활동을 벌인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정치권에 큰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선주협회 건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규명할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국회포럼이 주최한 행사의 상당수가 선주협회의 후원으로 열린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의원 5명이 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 인도네시아·싱가포르의 크루즈항만을 시찰했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보좌관 9명도 크루즈선을 타고 중국 칭다오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후원 로비’는 수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외유를 다녀온 의원들이 중심이 돼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와 정책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대형선사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선주협회의 로비를 받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몇몇 의원·보좌관들은 해외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선주협회가 후원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경비가 드는 여행을 어디가 지원했는지 모르고 다녀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선주협회는 관리감독을 맡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로비를 벌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선주협회 건물에 해양수산부 장관의 서울 집무실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허술한 규제와 업계 봐주기 관행이 도사리고 있다. 검찰은 선박회사 이익단체가 벌인 정·관계 로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이것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