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문화계-소묘 「프랑스」영화 감상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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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복궁 건너편의 「프랑스」문화관(서울 종로구 사간동 70)엔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몇몇은 「로비」에서 「프랑스」문학작품과 신간을 읽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하실에 마련된 극장으로 몰려든다.
영화의 소극장 운동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문화 풍토 속에서 「프랑스」문화관의 정기적인 영화상영은 대단한 환영을 받고 있다. 1백석의 소극장이 차분히 영화를 감상하긴 안성마춤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개봉극장에서는 볼 수조차 없는 명화들을 상영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문화관이 「프랑스」영화를 상영하긴 68년 9월부터. 문화관이 개관하면서 시작했다. 그 동안 주2회 정도로 상영하던 이 「프로그램」은 의외의 큰 반응을 보여 75년부터는 1개월에 5, 6편의 영화를 일요일을 뺀 매일 상영하고 있다 (12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4차례씩). 지난 9년 동안 이곳서 상영한 영화는 모두 4백여편. 이 숫자는 중복상영을 계산해도 상당한 숫자인 것이다.
「프랑스」문화관의 영화상영은 일반영화 「팬」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관객 층이 극히 재한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관객의 대부분이 각 대학 불문과 학생들이며 그밖에 감독· 「시나리오」작가 등의 영화인, 그리고 연극영화과 학생들이다.
이곳을 찾는 대학생들은 영화를 통해 불어를 익히겠다는 것이 주목적인 듯. 영화엔 영자자막이 따로 나와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이곳서 상영하는 영화는 「프랑스」 영화의 경향과 예술적 수준이 높은 문제작들. 특히 영화산업이 사양기에 접어든 60년대 후반이래 구미의 여러 나라가 흥행위주의 영화만을 제작하는 경향을 보인데 반해 예술적 입장을 고수해온 「프랑스」영화 작가들의 고전적 작품이라는데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영화를 관람했다는 영화 감독 유현목씨는 『이곳을 통해 「플란스키」「고다즈」「르네」「트루포」 등의 예술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고 말하고있다.
관장 「강·루이·메르시에」씨(41)는 「프랑스」영화감상에 대해 『불어와 불문화 보급과 함께 영화 작품을 통해 우수한 국제적 영상언어를 보급시키는데도 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요즘 두 남자와 한 여인의 사랑과 이로 인한 인생의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는 『쥘과 짐』을 비롯해 『롤라』『부드러운 살결』『환희』『천사의 항만』등 5편을 상영하고 있다. 입장료는 2백원.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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