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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글로벌 1위 겨냥, 104조 짜리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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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각국 정부들의 약값 인하 요구, 제약회사 간 치열한 경쟁, 신약개발 부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달 런던에서 주최한 세미나인 ‘2014 제약산업’에서 나온 전망들이다. 밝고 희망적인 말은 거의 없다. 고난의 행군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제약회사들이 과거와 단절하는 정도의 지각변동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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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나 다를까. 큰 움직임이 시작됐다. 세계 3위와 6위 제약회사인 미국 화이자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로 했다. 1000억 달러(약 104조원)짜리 메가딜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언 리드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M&A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화이자의 사업부문 폐지와 정리해고 등으로 비용절감 노력을 해왔다. 신변정리가 끝났으니 외부로 눈을 돌리는 셈이다. 그는 “두 회사의 결합이 놀라울 만한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화이자가 516억 달러, 아스트라가 257억 달러였다. 두 회사가 한 몸이 되면 매출액은 773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위인 존슨앤드존슨의 713억 달러보다 더 큰 제약회사가 탄생한다. 사실 두 회사의 M&A는 이미 한 차례 시도됐다. 올 1월 화이자가 아스트라에 우호적 M&A를 제안했다. 화이자는 “주당 78달러씩 쳐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평균 주가보다 20% 남짓 높은 값이었다. 당시 M&A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때 아스트라 CEO인 파스칼 소리어트는 “우리 회사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 석 달이 흘렀다. 다시 화이자 리드가 조금 더 올린 주당 가격을 제시하며 M&A를 추진하고 있다. 주당 80달러꼴이다.

 일단 아스트라 쪽은 리드가 제시한 값이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아스트라 쪽이 “화이자가 우리 기업 가치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반응했다(블룸버그통신). 그래도 M&A 협상은 시작됐다.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쳐 인수가격을 정하는 일만 남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가 M&A에 동의할지 여부가 관심”이라고 전했다. 영국 내 아스트라 직원수는 7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스트라 수출이 영국 전체 수출의 2%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FT는 “다우닝가(총리 관저) 쪽이 두 회사 M&A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긍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 M&A 이점은 무엇일까. 화이자의 리드는 “M&A를 통해 항암제와 당뇨병 치료제, 심장질환 약품 등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화이자는 존슨앤드존슨에 넘겨준 ‘세계 최대 제약회사’란 타이틀을 되찾을 수도 있다.

 리드는 절세 효과도 들먹였다.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감되면 통합지주회사를 영국에 두는 방식을 통해서다. 단 지주회사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예정이다. 그는 “영국의 낮은 법인세 덕에 순이익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 쪽이 계산한 법인세 절감 효과는 27% 정도다.

 세금 문제는 미국에 민감한 이슈다. 데이브 캠프 미 상원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이 해외에 세금을 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백악관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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