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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전기공사와 불량기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기는 오늘날 우리생활 주변에서 한시도 없어서는 안될 문명의 이기다.
그러나 자칫 잘못 다루면 인명과 재산을 빼앗아 가는 무서운 재난의 원인이 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반가정에서 쓰는 전기기구들은 라디오·선풍기·전기다리미 등 이 고작이었으나 현재는 TV·냉장고·전기「히터」·전기장판 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훨씬 많아졌다. 따라서 전기에 의한 사고율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화재사고의 주된 원인이 무엇보다도 단기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소방당국의 분석결과가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전기화재는 작년 한해동안에 만도 1천35건이 발생, 무려 26억 원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화재건수 4천7백12건의 22%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며 73년의 7백67건에 비해 35%나 늘어난 것이라 한다.
구태여 당국의 통계가 아니더라도 작금의 추세로 보아 전기화재는 이제 문명생활 속에 도사린 가장 흔하고도 무서운 위해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줄 안다.
하나 이 같은 전기화재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 아니라, 따지고 보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가 빚어내는 인위적인 재앙이라는 점에서 참변이 되풀이될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전기화재의 원인은 거의가 규정을 어긴 부실공사와 불량기기사용·안전검사소홀 등 시공 및 관리상의 부주의에 다른 것이다.
상공부의 건기공작물규정에 따르면 전기공사는 상공부장관의 면허를 얻은 전기공사업자가 규격품을 사용, 표준설비 표에 따라 시공하도록 엄연히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실제로 변두리 신흥주택단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기가설공사는 등록업자 보다도 엉터리 무면허업자들이 값싼 불량용품을 사용, 날림으로 시공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아닌가.
특히 전기화재의 본 원인이 되고 있는 전기용품도 상공부의 허가를 얻은 공장에서 제조된 뒤 공업진흥 청의 규격검사를 받도록 돼 있는데도 시중에는 무허가업소에서 멋대로 만들어 낸 불량품들이 규격품을 누르고 활개치고 있다.
이 같은 모순과 부조리는 한마디로 말해 전기공사의 검사를 담당하는 한전당국과 전기용품관리를 맡은 상공부 당국의 태만과 무성의에서 기인되는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행 전기사업법이 자체보안체제를 도입, 내선설비에 대한 보안책임을 전기사업자인 한전으로부터 수용자에게 넘겨 안전관리의 실질적인 책임을 사용자 개인에게 지우고 있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다.
더욱이 값이 싸 다는 이유로 화재의 위험에는 아랑곳없이 무면허업자들에게 전기공사를 맡기고, 규격미달용품을 사 쓰는 소비자들의 무지도 문제점인줄 안다.
그러나 상공 당국의 감독과 단속이 철저했다면 불량제품을 만들어 폭리를 취하려는 업자들의 악덕 상혼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고, 한전 당국의 준공검사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공정하고 엄격하게 실시됐다면 무면허업자가 날림 시공한 주택이나 건물에 전기가 처음부터 들어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볼 때 한전과 상공부 당국은 무엇보다도 앞서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로 허술한 현재의 전기시설 점검체제를 재정비하고, 무면허업자와 불량용품에 대한 감독과 단속을 보다 철저히 함으로써 전기화재의 요인을 제거하는데 최선을 다 해줄 것이 요청된다.
언제까지나 미지근한 단속과 무성의한 태도로 참화의 요인을 방치할 때 국민의 준열한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당국자는 깊이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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