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금이 너무 무거운 것 같은데요…|고재일 국세청장과의 대담|동대문 시장 상인 이경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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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무서라면 경찰서나 검찰청보다 무섭다는 동대문시장 「광장식품」주인 이경호씨(55)가 국세청장실에서 고재일 국세청장과 자리를 마주했다.
고 청장은 새해 인사를 나누고 난 뒤 세금문제를 서로 기탄 없이 얘기해보자고 먼저 서두를 꺼냈다.
-고 청장 취임 후 세무공무원들이 전에 비해서 많이 친절해 졌읍니다. 그러나 서정쇄신 때문인지 세무공무원과 납세자인 우리 상인들과의 접촉이 너무 없어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우리 사정을 얘기할 수 있는 대학가 아쉽습니다.
『그런 점도 있겠으나 납세자 가운데는 아무 이유도 없이 세무공무원에게 사례금품을 주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점 보다 나쁜 점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담당관제는 점차 없앨 계획입니다.』
-납세자로서 가장 괴로운건 인정과세입니다. 과세자로가 되는 거래 내용을 기장하는 것이 좋은 줄은 알고있으나 영세상인의 경우 경리담당을 따로 채용하면서까지 기장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용이한 일아 아닙니다.
그런데도 기장을 안 했다고 과세 표준이 되는 외형 거래액을 1기에 20% 이상씩 올려 잡고 또 세무서가 매긴 외형에 대해 식품잡화의 경우 9%를 소득으로 보아 고율의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소득 표준율 9%는 너무 높습니다.
예를 들면 라면 1상자에 1천6백90원을 주고 사다가 1천8백원을 받는데 이때 「마진」은 6.5%밖에 안됩니다만 세무서에서는 9%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여 세금을 매기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판매액을 속이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도 이익의 7할은 세금으로 내는 기분입니다.
『지금 얘기한 것이 세무행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장을 제대로 안 하니까 인정과세를 하게되고,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인정과세를 하니까 더욱 거래 내용을 감추게 되고….
그러나 과세자료는 양성화돼야 합니다. 과세자료가 양성화되면 소득표준율도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모든 자료가 양성화되면 소득표준율이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국세청은 원천징수제도를 발전시켜 거래자료를 양성화한다는 방침아래 이미 영업세 원천징수제를 실시하고 있읍니다. 올해에는 영수증 주고받기를 본 궤도에 올려놓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읍니다. 영수증 주고받기는 7월부터 실시할 예정인 부가가치세실시의 전제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기장을 하려면 경비가 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그 대신 영수증을 꼬박꼬박 철해놓으면 장부에 기장하지 않아도 실사에 의한 과세를 받을 수 있읍니다.』
경기가 나쁘면 판매가 줄 수도 있는데 과표를 계속 올리는 것은 좀 심하다고 느낄 때가 있읍니다.
『과표를 내리는 경우도 있읍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과세자료를 양성화하는 것인 만큼 납세자들께서 영수증 주고받기에 적극 협조해 주셔야 하겠읍니다.』
(요는 과세자나 납세자들이 서로 믿는 풍토를 만들자는 얘기가 한참동안 오갔다.)<정리=신성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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