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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연일 출전은 '자살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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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프로축구 울산 현대-부천 SK전 중계를 위해 울산을 찾은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출전선수 명단을 보고는 "(유)상철이를 또 내보내면 어떻게 하나"라며 혀를 찼다. 유상철은 전날(29일) 콜롬비아 평가전에서 90분간 풀타임을 뛰었다.

울산구단 측은 "홈개막전이라 관중에게 인사시키는 차원"이라며 "본인이 출전을 적극 원했다"고 말했다. 전반 선제골을 기록한 유상철은 당연히 하프타임 때 교체될 것으로 생각됐다.

몸이 무거웠던 유상철도 하프타임 때 교체를 요청했으나 2-1로 박빙의 리드를 하던 울산 코칭스태프는 경기종료 3분을 남긴 후반 42분에야 빼줬다.

유상철은 29일 저녁 90분간 뛰고, 부산에서 울산까지 1시간여를 직접 운전한 후 30일 오후 3시부터 87분간 뛰었다. 겉으로 보면 '철인'이자 '강철체력'으로 칭찬을 받을 만했지만 사실은 '선수생명을 단축하는 자살행위'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들이 한 경기를 치른 후 48시간이 지나야 다음 경기에 출전하도록 하고 있다. 스포츠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근육 속 에너지원인 글리코겐 등이 소모되면 48시간 후에나 재충전되는 데다 피로한 채로 경기에 나설 경우 집중력 저하로 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틀간 연속해 경기에 나선 선수는 유상철을 포함해, 최성국(울산), 이민성.우성용(이상 포항), 김상식(광주), 이운재(수원) 등 6명이었고, 이들 중 최성국(92분)을 제외한 5명은 모두 합계시간이 1백분을 넘겼다.

프로구단들은 팀의 간판선수들이 수시로 대표팀에 차출되는 게 불만이다. 성적도 성적이고, 홈 팬에 대한 서비스도 의식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잘못을 해선 안된다.

이젠 의식도, 팀 운영도 월드컵 4강 국가다워야 한다.

울산=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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