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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글씨 절묘한 어울림 … 취묵헌 인영선, 일중 서예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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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4회 일중서예상 대상 수상자인 취묵헌 인영선(사진 위)씨와 대표작 ‘세월장면면(歲月藏面面)’. [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취묵헌 인영선(68)씨가 제4회 일중서예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중서예상은 한국 현대 서단을 대표하는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 선생의 서예정신을 기려 2008년 제정된 한국 서예계의 대표 상이다. 사단법인 일중기념사업회(이사장 김재년)는 24일 오후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취묵헌의 시상식 겸 제3회 대상 수상자인 학정 이돈흥(67) 선생의 초대전 개막식을 열었다.

 취묵헌(醉墨軒)은 자호 뜻 그대로 먹과 술과 글에 취해 한평생을 살아온 서인(書人)이다.

70년대 중반 천안에 서실 ‘이묵서회(以墨書會)’를 연 뒤 옛 서체에 충실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글씨 세계를 보여 왔다. 전서와 행초서에 집중한 취묵헌의 작업에 대해 일중 선생은 “청정무구한 풍격으로 각 체의 연구에 열성을 다했다”는 평을 내렸다. 이후 파격적 실험을 거듭해 글과 글씨가 묘하게 어우러진 새로운 차원의 문인화,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른 새 길을 열었다.

 90년대 후반에 들면서 시서화(詩書畵)를 종합한 작품이 묵향을 내뿜으며 ‘마음으로 쓴 글씨’의 경지를 뽐낸다. ‘사람은 새와 같지 않으니, 새는 날이 지면 자기의 둥지를 찾아갈 줄 아는데 사람인 나는 언제 내 숲을 찾아가리오’ 같은 문자향 짙은 글을 발표했다. 묵선(墨仙)의 경지가 꽃을 피운 것이다.

 그는 서예에 임하는 다짐으로 “산을 오르는 자세로 먹의 농담을 살리고 선질이 갖는 지속완급과 붓이 갖는 예제건원(銳齊健圓·예리함과 둔함, 강건함과 원만함)을 섞어서 태(態·글체)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02-734-4205.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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